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충남 서산 천수만에 갑진년 새해 첫 주말을 맞아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6일 천연기념물 제199호 멸종위기야생생물 황새 28개체가 포착됐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천수만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등 한가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으며 서산버드랜드에서 번식한 황새 국제 커플은 둥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 올해도 번식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산버드랜드에 따르면 천수만에는 최근 쇠기러기 1만 438개체, 큰기러기 9643개체, 청둥오리 4727개체, 흰뺨검둥오리 2933개체 등 96종 3만 5266개체가 관찰됐다.
특히, 갑진년에는 자주 볼 수 없던 줄기러기도 찾아 시선을 끌고 있다. 천수만 철새 탐조를 위해 천수만을 자주 찾는 박두웅씨는 SNS를 통해 줄기러기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에베레스트를 일 년에 두 번 넘는다는 줄기러기는 기러기 중에서도 온순하고 우아한 자태를 지녔다.
지난 2일 관찰된 줄기러기는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인도 북부와 미얀마에 있는 늪지대에서 겨울을 보낸다. 번식철이 되면 알을 낳으려고 티베트와 중앙아시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오가는 줄기러기가 어떻게 한반도까지 오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박씨는 "우리나라로 월동하러 오는 기러기 무리에 합류해 천수만까지 온 것 같다"면서 "기러기 무리와 함께 활동하는 모습에서 무리를 떠난 애잔함과 꿋꿋한 모습에 응원을 보낸다"며 "오는 3월 다시 돌아가 동료를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다 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씨에 따르면 줄기러기는 2003년 한강 하구, 2013년 인천 강화도, 2015년 경남 하동에서 관찰된 바 있으며 서산 천수만에서는 지난 2020년에 이어 올해도 관찰되고 있다.
천수만을 찾은 겨울 철새에 대해 김종길 서산버드랜드사업소장은 7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 6일 부석면 간월도리 농경지에서 황새 28개체 무리가 확인되었다"면서 "천수만 지역에는 가끔 수십 개체의 황새 무리가 비정기적으로 관찰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독수리는 지난 5일 부석면 창리 독수리 먹이 제공 지역에서 그동안 관찰된 중 가장 많은 120개체의 독수리가 확인되었다"고 덧붙였다.
서산버드랜드에 따르면 흑두루미는 300개체 이상 지속해서 관찰되며 이들 개체는 천수만에서 월동하는 개체로 판단되며, 일부 개체는 고북면 사기리를 벗어나 부석면 간월도리에서도 관찰된다.
한편, 서산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류행사인 '2025 아시아 조류박람회(Asian Bird Fair 2025)'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울산과 순천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26개국 300명이 넘는 대표단과 연인원 1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조류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