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역사의 남곡초등학교 제2캠퍼스(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곡리)가 지난 5일 73회 졸업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1946년 9월 남사국민학교 남산 분교로 설립돼 1950년 2월 남곡국민학교로 승격, 첫 졸업생을 배출한 지 73년 만이다.
2캠퍼스 폐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한숲시티)가 개발되면서 본교에서 제2캠퍼스로 분리될 때부터 사실상 예정돼 있었다. 예견된 수순이지만 졸업생들은 물론 학부모, 교사 모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3년 전 남곡초 제2캠퍼스로 부임해 전교생 8명과 3년 동안 동거동락해온 6학년 1반 담임 정수경 교사 역시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해본 것도 처음이고, 마지막 담임 교사로 남은 경우도 처음이어서 잊지 못할 학교가 될 것 같습니다. 학교가 너무 예뻤고 캠퍼스 친구들도 다 착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아요. 그래도 이 친구들이 즐겁게 생활하다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은 좋네요."
졸업을 하루 앞두고 6학년 1반 교실에서 만난 김준현 군은 지난 6년간 생활해온 학교가 폐교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단다.
"6년간 생활한 학교가 폐교되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졸업 후에는 이곳은 어떻게 돼 있을까 궁금증이 생길 것 같기도 하고. 한 번씩 학교를 찾아서 보게 될 것 같아요."
김 군에게 또 다른 아쉬움은 후배 없이 교정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후배는 물론 6학년 1반 외에 다른 학년, 다른 반 없이 오롯이 8명이 서로에게 축하를 건네야 하기 때문이다.
8명이 학예회를 준비하고 선보였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하율 양은 폐교에 대한 아쉬움과 3년간 담임을 맡았던 정수경 교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작년이나 재작년에는 졸업하는 언니, 오빠들한테 후배인 저희들이 영상도 찍어주고 그랬거든요. 후배들한테 축하를 받거나 하는 것 없이 단출하게 부모님만 모시고 졸업식을 하게 돼 너무 아쉬워요."
전교생이 8명뿐인 농촌의 작은 학교, 전교생이 같은 반이자 막내로 입학해 후배조차 보지 못하고 졸업해야 하는 비운의 73회 남곡초 제2캠퍼스 졸업생들. 하지만 아쉬움만 있는 건 아니었다.
입학 후 5년간 선배들과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학교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없었다면 더 즐겁고 재미있게 추억을 쌓을 수 있었을 테지만, 정 교사는 그래도 졸업을 앞두고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다.
"우리 친구들이 졸업하기 전에 다양한 체험 학습이나 경험을 많이 하고 졸업하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해요. 우리 친구들이 남곡초등학교 제2캠퍼스의 마지막 졸업생으로 남았기 때문에 더욱 자긍심을 갖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면 좋겠어요.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졸업식 날 학부모들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학교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전했다. 특히 한 학부모는 학교가 더 의미 있는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큰애도 둘째도 다녔던 학교가 폐교된다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너무나 좋은 교육을 받은 것 같아요. 학생들, 선생님들 너무 수고하셨고 너무 아쉽습니다. 이 공간이 조금 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녀 3명을 모두 남곡초 2캠퍼스에서 졸업시킨 학부모는 추억이 켜켜이 쌓인 학교가 폐교되는 데 대한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농촌지역의 안타까운 현실이 묻어 있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많은 추억이 있는 학교라 아이들이 많았으면 폐교되지 않았을 텐데, 농촌 지역에 아이들이 줄어드는 현실이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