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룹 '들국화'의 노래를 샤우팅 하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대한민국 주먹을 말한다> <대한민국 검찰을 말한다>를 썼던 기자 맞야?' 알고 보니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였고, 프로젝트 록밴드 '블루잉크'의 리드싱어였다. 그는 또한 젊은 날 단편소설을 습작했고, 여전히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문청'(문학청년)이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문청'이자 조폭·검찰취재 전문이었던 조성식 기자는 몇 년 전 약 20년을 몸담았던 두 번째 직장 <동아일보>를 나왔다. 아마도 간절하게 "자유롭게 쓰는 놈"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기자 때처럼 예민하고 예리한 '검찰취재 전문기자'다. 최근에 펴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 그 증거다. 물론 '윤석열 검찰정권'이 그의 기자본능을 강하게 자극했을 것이다.
이 책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추천사에 쓴 것처럼 "윤석열 검찰정권이 탄생한 과정, 검찰정권 출범 이후의 난맥상, 무도한 정치검찰과 공생하는 언론의 비열함을 여과없이 그려낸" 텍스트다.
그는 책에서 "'자유롭게 쓰는 놈'의 양심을 걸고 말하건대, 이 시대 최고 권력은 검찰"이라며 특히 "검찰이 흘려주면 언론이 키우고 다시 검찰이 언론보도를 활용하는 검-언-검 순환형 패턴이 자리잡았다, 여기에 보수·진보(언론)가 따로 없다"라고 일갈했다. 참고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은 그가 습작했던 단편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2시간 30분 동안 윤석열 검찰정권, 검찰개혁, 윤석열 정권의 비판 언론·비판 기자 죽이기, <권력과 안보> 책을 둘러싼 소송전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충북 단양 사람인 그는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해군학사장교(OCS)로 구축함과 고속정을 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동아일보>에서는 신동아팀 취재팀장, 출판국 전략기획팀장과 디지털미디어팀장, 노조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1인 출판사 '해요미디어' 대표를 맡고 있고, 오마이TV 유튜브 채널에서 '조성식의 어퍼컷'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조폭과 검찰을 해부한 <대한민국 주먹을 말한다>와 <대한민국 검찰을 말한다> 외에도 <장군들의 리더십> <나 아닌 사람을 진정 사랑한 적이 있던가> <검찰은 왜 고래를 돌려줬을까>(공저) <나도 한때 공범이었다> <윤석열과 검찰개혁>(공저) 등을 썼다.
"왜 윤석열 정권이 검찰독재정권이냐 하면..."
- '검찰 전문 취재기자'로서 윤석열 정권 1년 7개월을 어떻게 보나.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조국 사태 이후 윤석열, 한동훈 등에 의해 '문재인 정부=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확산됐는데, 한마디로 '검찰이 하면 로맨스, 나머지는 불륜'인 '검로남불'이다. 책에서도 썼지만 '검로남불'은 윤석열 정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검찰을 기반으로 한 정권이고, 더 나아가 검찰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정권이다. 해도 너무한다."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윤석열 정권을 '검찰독재정권'이라고 규정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상당히 일리있는 평가라고 본다. 실제로 인사부터 시작해서 야당 대표(이재명)에 대한 지속적인 표적 수사가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검찰의 입김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민의를 거스르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위반하면서 대통령 마음대로 뭐든지 밀어붙이는 것이 독재다. 검찰이 정권의 주력부대라는 점에서 검찰독재정권이라는 평가는 타당하다.
행정부에서는 특히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그 선봉장 역할을 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무력화했다.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로 인해 검찰개혁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 법안을 원상태로 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사권을) 더 확장해 버렸다.
민주당이 부정부패, 경제, 공직,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검찰이 가지고 있던 6대 범죄 수사권을 부정부패와 경제 두 개만 남기는 것으로 관련법을 개정했다. 이것이 2022년 9월부터 시행되어야 하는데 한동훈 전 장관이 8월부터 시행령 개정작업에 들어가 지금은 검찰이 모든 영역을 수사할 수 있게끔 했다. 이것이 검찰독재정권임을 방증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삼권분립이다. 한동훈의 법무부는 국회(입법부)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축소한 것에 대해 심판해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이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검찰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인가? 헌법재판소는 검찰수사권은 국회에서 제정할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정부라면 그런 결정이 나오면 그에 맞게 조치하는 게 맞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그렇게 결정을 내렸는데도 무시하고 있다. 그게 바로 검찰독재다."
- 그동안 역대 정권들의 검찰을 관찰하면서 취재해 왔다. 윤석열 정부 검찰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검찰이 대놓고 정치적으로 편파수사를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검찰이 여론의 눈치도 살폈지만, 이번에는 검찰총장이 옷을 벗고 바로 대통령이 됐지 않나? 그리고 그 대통령의 최측근(한동훈)이 검사장급에서 법무부 장관이 됐다. 게다가 장관이 된 뒤에 한 일이 '입법부 무력화'였다. 한마디로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를 막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 정권에서 넘버원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그다음 실세가 한동훈 전 장관이다. 노골적으로 검찰과 정권이 한식구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그러니 검찰총장이나 주요 검사장들은 어떻게 움직이겠나? 일선 검사들이야 모르겠지만 주요 보직 검사들은 '한 식구' 개념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과 한동훈 닮은 꼴... 여전히 검사 마인드"
- 윤석열 정권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실과 정부기관 등에 검사 출신들이 대거 진출했다. 검사 출신들을 이렇게 중용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검사만능주의'다. 보통 '검찰주의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검사가 '고도의 엘리트'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회에서 얘기했고, 대선후보 때도 했던 얘기인데, 검사들은 여러 분야를 수사하기 때문에 전문가처럼 다 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로 아는 것과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렇게 자기의 역할을 과대 포장하고, 검사의 판단은 틀릴 수 없다는 '검찰 무오류주의자'가 된다. 설사 재판에 가서 검사가 지더라도 그것은 판사와의 견해차 정도의 작은 오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검사들이 대형 사건에서 무죄가 나도 사과하는 법이 없다. '성경 무오류 신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처럼 '검찰 무오류 신화'에 젖어 있다.
책에서 썼지만, 플라톤의 <국가론>를 보면 통치자가 있고, 그 밑에 수호자 계급이 있다. 수호자 계급은 옛날로 치면 전사이고, 지금은 군·검찰 등 힘 있는 집단이다. 수호자 계급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고 봉사해야 하는데, 수호자 계급이 통치자만 섬기면 그 나라는 비극에 빠지고, 독재가 시작된다. 지금의 윤석열 검찰이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수호자 계급을 자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윤석열 검찰은 상하관계가 아니고, 통치자와 한 몸으로 움직이는 수호자 계급이다.
이것의 뿌리가 어디에 있냐 하면, 문재인 정부 때 윤석열 검찰이 진행했던 적폐청산 수사에 있다. 지금 윤 대통령의 기반이 된 것이 적폐청산 수사다. 그때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 나돌던 얘기가 있다. 한동훈 등 적폐청산 수사에 앞장섰던 검사들은 자기들이 문재인 정권을 만들었다고 여겼다. 국정농단 특검부터 시작해 적폐청산 수사까지 말이다. 국정농단 특검, 적폐청산 수사에 들어간 검찰 주력 부대가 한동훈 등 '윤석열 사단'이었고, 이들이 이후 윤석열 정권 주류가 됐다. 자기들이 수사를 통해 촛불정권을, 문재인 정권을 창출해 줬고 자리 잡게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권력까지 차지한 것 아닌가?
역사상 이런 검찰이 다시 나올까 싶을 정도로 전무후무하다. 검찰 고위직, 주요 보직은 대부분 윤석열 사단이거나 플러스알파로 한동훈 인맥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연, 근무연도 있지만 '수사연'이다. 대형 수사를 얼마나 많이 같이했느냐가 중요하다. 한솥밥을 먹었다는 것이다. 한 번 수사를 같이하면 모임을 만들어 계속 만나고, 인사에서도 도움받고 도움 주고, 다른 대형 사건이 벌어지면 이들을 부르고, 키워준다. 검찰사상 한 사람의 특정 인맥이 검찰 전체를 장악한 적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가서 검찰을 자기 사단으로 깔고, 이어 검찰총장이 되면서 검찰을 완전히 장악했다."
- 심지어 여당 대표(비대위원장)까지 검사 출신이다.
"물론 홍준표(전 자유한국당 대표, 현 대구시장)나 박희태(전 한나라당 대표)가 있긴 하지만 이들은 검사보다는 정치인으로 봐야 한다. 홍준표는 평검사 때 검찰을 나왔고, 검찰에서 미움을 받다가 나와서 검찰에 쓴소리도 하고 비판도 한다. 같은 검사 출신이지만 윤 대통령과는 결이 다르다. 반면 한동훈 전 장관은 정치 경력이 전무하다. 똑같이 정칙 경력이 전무한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간 것과 닮은 꼴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후임도 물색이 안 된 상태에서 현역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가게 했겠나? 법과 국민을 대놓고 무시하는 거다. 이런 인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참 안됐다.
박희태나 홍준표는 정치인이 된 지 오래됐지만, 이 사람들은 검사 물이 안 빠졌다. 그래서 검사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검찰주의자는 검찰 패밀리를 빼고는 다 잠재적 피의자로 본다. 그게 제일 무서운 일이다. 한 전 장관도 국회의원에게 말을 함부로 한다. 마치 검사가 피의자를 윽박지르고 조롱하는 식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에서 야당 대표의 피의사실을 무차별적으로 흘렸다. 조사해 봐야 하는 일인데도 진술만으로, 영장에 적힌 내용만으로 기정사실화했다. 여전히 검사 마인드다."
"검사만능주의가 한국 사회 지배"
- 거기다 과거보다 여·
야 모두 현직 검사들의 총선 출마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어떤 징후라고 보나?
"진영과 상관없이 둘 다 비판해야 한다. 검찰 권력의 문제는 여·야, 보수·진보를 떠나서 민주주의의 걸림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차원에서 비판해야 하는 주제다. 현직 검사가 총선에 출마하려는 것은 법과 국민을 우습게 아는 행위다.
이것은 본의 아니게 지금 세상이 '검찰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이다. (현직 검사의 총선 출마는) 예전에는 눈치를 보거나 내부규정 때문에 못 하는 일이었다. 수사에서는 공정성이 제일 중요한데, 그런 검사가 특정 진영으로 간다고 하면, 그 검사가 한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그것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그를 비판하던 논리 중 하나였다. 상층부터 하층까지 검사만능주의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분위기다."
- 앞서 언급했지만, 윤석열 정부 검찰의 정치 편향성도 도드라진다. 정권 출범 이후 문재인 정권 인사들, 야당 대표와 의원 등 야당에 치중한 수사를 벌이는 반면, 김건희 여사 등과 관련된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등까지 수사받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문재인 정부 때 시작됐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그 기조대로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확대됐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기관장이 안 나간다고 장관이나 청와대에서 압력을 넣어서 내쫓았다는 혐의인데 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감사원을 동원해서 국민권익위원장(전현희)을 대놓고 쫓아내려 하지 않았나? 그런데 아무것도 안 나왔다. 방송통신위원장도 해임했지만 법원에서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너무나 뻔뻔하다. 물론 기관장의 임기가 안 끝났는데 정권에서 압력을 넣어 내쫓는 것은 잘못된 관습이다. 잘못된 과거의 관습을 바로잡으려면, 자기들은 그렇게 안 하면서 수사해야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인터뷰②] "휴대폰 비번 안 푼 한동훈 동료시민은 못 그런다"(https://omn.kr/271nu)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