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배우 이선균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의 무분별한 마약 수사를 향한 비판과 함께 연예인을 향해 사생활 보도도 서슴지 않은 언론에 대한 성토가 높았다. 이에 많은 기성 언론은 이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돌렸는데, 이같은 비판에 앞서 '기성 언론부터 자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조선일보> 또한 "유튜브·소셜미디어의 마녀사냥..."이선균 심리적 한계 몰렸다"", ""이선균 모친 극단선택" 유튜버들 마지막까지 가짜뉴스 퍼뜨렸다" 등의 기사를 지면에 실으며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다.
물론 기성 언론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처럼 가짜뉴스 유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마약수사와 관계 없는 이씨의 사적대화를 보도해 비판받은 KBS와 같이 연예인의 '몰라도 되는' 사생활을 보도해 비판 여론을 주도한 언론은 지금껏 적잖았다.
사적 문자 공개 이어 근거 명확치 않는 유튜버 주장까지 보도
<조선일보>와 함께 조선미디어그룹에 속한 자매지 <스포츠조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포츠조선>은 지난 8일 배우 강경준씨의 사적인 대화 내용을 담은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조선일보> 누리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츠조선>은 "배우 강경준이 불륜 의혹을 받고 있는 유부녀 A씨와 나눈 대화 내용"이라며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언론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달 26일 불륜 의혹으로 5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이처럼 언론은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 보도하며 항상 '대중의 알 권리'라는 방패를 내세워 왔다. 하지만 공익성이 없는 사생활 보도는 인격권 침해이자 보도 윤리 위반일 뿐이다.
강씨와 관련한 의혹은 어디까지나 당사자 간의 문제고 소송 역시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불륜으로 인해 소송을 당했다는 보도만으로 이미 방송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강씨의 사적인 문자를 보도한 것은 대중의 알 권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극적인 보도를 통한 클릭 장사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조선일보>는 <스포츠조선>의 해당 보도 이후 온라인판에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관련 사생활 보도 이후 강씨 소속사가 계약 연장 논의를 중단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제목에 "소속사도 손절 수순"이라고 자극적으로 표현했다.
또 <스포츠조선>은 자사 연예기자 출신인 유튜버 이진호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강씨의 배우자 장신영씨가 이번 사안 이후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주장'한 내용을 검증 없이 그대로 기사에 옮겼다.
해당 유튜버 역시 그러한 주장에 대해 장씨의 지인으로부터 들었다고 할 뿐 명확한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뚜렷한 근거도 없는 유튜버의 주장을 기사화하는 것이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일까.
유가족 반대에도 유서까지 공개한 TV조선
조선미디어그룹의 문제적 보도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TV조선은 '단독 보도'라며 이선균씨의 유서 내용 일부를 공개해 논란에 휩싸였다.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서 내용을 공개해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후 이씨의 소속사인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가 해당 보도에 "허위 내용을 사실인 양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다"며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이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해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입장문을 내자, TV조선은 해당 기사를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삭제 이유에 대해 TV조선 측은 "소속사 측의 요청이 있었는 데다 불행한 사건과 관련한 유족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한 측면"이라고 밝혔을 뿐 보도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이러한 조선미디어그룹의 보도 행태를 살펴보면 과연 <조선일보>가 이씨의 죽음에 대해 당당히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