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회사 노동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수당을 다시 산정해달라고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소송 제기 후 4년 4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최근 현대제철 사례에서도 대법원이 같은 내용으로 확정 판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김도균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노동자 6명이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사 일진베어링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회사는) 법정수당 차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이 소송에는 전현직 노동자 190명이 원고로 참여했으나 지난 2022년 7월 회사와 임금체계 개편 합의 때 대부분 소를 취하하면서 원고는 6명만 남았다. 법원이 판단한 인용 금액은 1인당 평균 6300만 원(총 3억 8000만 원)이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정기상여금, 특별상여금, 위험수당·위생수당, 임금보전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법정수당을 산정해 지급(2016년 8월~2019년 7월)했다'며 2019년 9월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퇴직자에게 퇴직 이후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며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은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업적·성과와 관계없이 사전에 확정된 금액(750%의 상여금)이 특정 지급일자에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된다(2·4·8·10월 100%, 9월 50%, 12월 150%)"며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별상여금(설날, 여름휴가, 추석 각 40만 원, 연말 30만 원)과 위험수당(매달 1만 원)·위생수당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임금보전수당에 대해서도 "노사가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하더라도 임금보전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상여금을 제외한 금액을 수당으로 산정한 노사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피고(일진베어링)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통상임금에 상여금 등을 포함한 금액을 기초로 다시 산정한 법정수당에서 기지급금을 공제한 나머지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야간근로시간(1시간)' 역시 미지급 수당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오전 5시부터 6시까지 근로시간 중 30분은 휴게(식사)시간에 해당해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없음에도 1시간분의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해 왔다. 야간근로수당 산정에는 30분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30분은 근로자들이 외출하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엔 짧은 시간이다. 회사 쪽 주장만으로는 급여명세서상 인정된 근로시간(1시간)을 뒤집기 부족하다"고 봤다.
'주차수당과 연차수당은 법정수당이 아니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회사 쪽 주장 또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지난 11일 대법원은 현대제철 전현직 노동자들이 비슷한 취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
노동자 쪽 소송대리인 권영국 변호사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법원은 상여금이 근로의 대가이자 후불임금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고 퇴직자에게도 이를 지급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며 "일진베어링이 그동안 퇴사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관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때) 재직자여야 한다는 조건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