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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올해로 53세. 20대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았어도 과거엔 상점에 가거나 누군가가 말을 걸 때 늘 '아가씨'로 호칭이 통했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인가, 타인이 나를 부르던 호칭이 아가씨에서 아주머니로 호칭이 바뀌기 시작하기 시작했다. 아마 30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점차 바뀌어가는 호칭, 당황스러웠지만 

매번 듣던 '아가씨' 호칭에서 내가 물건을 사러 간 어느 날, "아주머니, 어쩌고 저쩌고~"라고 나한테 말했던 일이 생각난다. 지금에서야 당연하지만, 처음에 들을 때는 왠지 당황스러웠다.

그 뒤로 '아주머니'라는 호칭을 반반정도 듣기 시작하더니,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아예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고 나는 차츰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아주머니'라는 호칭이 점차 낯설지 않고 익숙해지던 어느 날이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진 작년 어느 날, 사설 수영장에 가서 열심히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수영 강사가 나를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화가 났다. 너무도 어이가 없어, 대체 내 나이를 몇 살로 보고 어머니라 부르는지 어이가 없음에 더해서 분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분개는 곧 인정으로 바뀌었다.

알고 보니 그 강사의 어머니는 정말 나와 동갑이었던 것이다. 많이 놀라긴 했지만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었다. '어휴, 저 강사 어머니는 일찍 결혼을 하셨나 보다'라고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며칠 전 열심히 개인 PT를 받고 있었는데, 그 강사 또한 나에게 '어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다. 또한 말끝마다 "그 연세에" 아니면 "나이가 드시면"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나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진다. 

정말 내 나이가 많은 건지. 분명 또래에 비해 젊다는 말을 듣고는 했었는데, 언젠가부터인지 그 말도 들어본 지 오래전 일 같다. 

받아들이기, 스스로 당당해지기 

아무리 꾸준히 수영과 헬스로 다져진 몸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내 나이가 중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서글퍼졌다.

주말에 공부와 운동, 친구의 만남으로 바쁘게 살고 있는 큰 딸아이를 보며 나는 부럽다고 말했다. "딸, 네 젊음이 부럽다", "내 나이가 서른 살이면 좋겠다"라고. 

그러자, 지혜로운 딸이 바로 대답한다. 

"엄마, 엄마가 서른 살처럼 살면 되잖아요~"
 
 열정(자료사진).
열정(자료사진). ⓒ 픽사베이
 
듣고보니 맞다. 막상 내 나이 서른 살에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말 정신없이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 아이들이 성장한 이때에 오히려 감사하며, 지금을 서른 살처럼 보내면 되지.'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스스로 당당해졌다. 

'그래, 난 지금 서른 살이다.' 

얼마 전 시작한 헬스도 이번엔 꾸준히 열심히 해보려 한다. 그렇게 해서 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 여자 피트니스 대회에 올해에는 꼭 출전해봐야겠다.

이제부터 나는 서른 살이다. 주어진 건강에,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 그냥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생활에서의 젊어진 나로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중년#회춘#열정#운동#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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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중년의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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