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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다녀온 삼천포대교공원의 풍경. 투명하고 맑은 겨울바다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그리고 미끄러지듯 오가는 케이블카. 그저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을 여는 시간이다.
며칠 전 다녀온 삼천포대교공원의 풍경. 투명하고 맑은 겨울바다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그리고 미끄러지듯 오가는 케이블카. 그저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을 여는 시간이다. ⓒ 김숙귀
 
며칠 전 집 근처 바닷가에 있는 카페에 갔다.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바다도 정겹고 커피도 맛과 향이 좋아 자주 들르는 곳이다. 막 문을 연 시간이라 손님은 나 혼자이다. 커피를 주문하고 바다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글노트를 펴놓고 생각을 가다듬는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젊은 남녀가 들어와 서로 건너편 자리에 앉더니, 상대방 얼굴이 아니라 휴대폰을 꺼내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진동벨이 울리고 음료를 가져와 마시면서도 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나는 내 할 일에 집중했다. 그러나 한 번씩 고개를 들고 바다를 보며 쉬기도 하는 내 귀에, 그 둘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서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새 식당이나 카페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라 낯설지 않다. 한창 오순도순 재미있게 얘기를 나눌 나이인 그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편하자고 만든 휴대폰에 도리어 얽매인 듯한 사람들

서울에 사는 여동생이 내려왔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밀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동생의 폰이 자꾸 울린다. 동생은 잠시 폰을 보더니 그냥 내려놓고 얘기를 계속한다. 

전화를 받아보라는 내 말에도, 동생은 자기가 아는 사람이라 괜찮다고 한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대화가 끊어졌다. "방해받는다는 생각 안 드니?" 내가 묻자 오히려 동생은 반문한다. "언니는 카카오톡 안 해?"라고.

전화하고 문자로 주고받으면 되지 그런 건 뭐 하려고 하느냐고 나는 대답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의 알림 소리는 곁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혼자 다니기 좋아하는 성향 때문인지 굳이 그렇게 불편한 연결고리를 맺고 싶지는 않다. 

가끔 늦은 밤에 길을 내려다보면 불빛만 둥둥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행인이 휴대폰을 보며 걷고 있는 것이다.

'노모포비아(노no, 모바일폰mobilephone, 포비아phobia라는 말의 합성어로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해지고 심지어 공포심까지 느끼는 증상을 뜻하는 말)'라는 말이 만들어 진 걸 보면, 아마 요즘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 듯하다. 사람들은 편리하고자 만들어진 것들에 도리어 구속당해 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요즘 동네 산책을 나갈 때 휴대폰은 집에 두고 간다.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폰은 차에 두고 홀가분하게 숲길을 걷고 꽃밭을 거닌다. 그러면 순도 높은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선물처럼 찾아온다.

#노모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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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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