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까지 불참을 선언하며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TV 토론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미 ABC 방송은 16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우리는 토론을 주최할 예정이었으나, 후보와 경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선거 보도는 이어지겠지만, 18일 예정된 뉴햄프셔 공화당 경선 토론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BC 방송은 오는 23일 뉴햄프셔에서 열리는 첫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18일 공화당 경선 후보들의 6차 토론을 중계할 예정이었다.
헤일리 "내 토론 상대는 트럼프나 바이든"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으면 토론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우리는 지금까지 이번 경선에서 5차례 훌륭한 토론을 했으나, 불행히도 트럼프는 모두 피했다"라며 "내가 할 다음 토론의 상대는 트럼프나 조 바이든일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에 불참해 왔다.
그는 토론이 열리는 날에 대규모 유세나 TV 인터뷰를 하는 등 독자 행보를 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전날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과반 득표로 1위를 하며 '대세론'을 입증했다.
반면에 3위에 그친 헤일리 전 대사로서는 트럼프와의 맞대결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듯 토론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트럼프 '굳히기' vs. 헤일리 '뒤집기'
2위에 오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헤일리가 난감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려고 토론을 피하는 것"이라며 "그녀는 공화당 대선후보가 아니라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가 되고 싶어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CNN 방송이 오는 21일 주최할 예정이었던 TV 토론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헤일리는 "트럼프가 무대에 나온다면, 나도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 참석을 압박했다.
크리스 에이거 뉴햄프셔 공화당 의장은 "뉴햄프셔 주민들은 토론회에서 모든 후보를 보고 싶어 한다"라면서 "만약 토론을 거부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아이오와 코커스로 경선을 시작한 공화당 후보들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위한 득표 경쟁에 돌입했다.
중도층의 지지세가 강한 헤일리 전 대사는 보수색이 짙고 당원들만 참가하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달리 일반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반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반면에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압승을 거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승리해 확실한 기선 제압에 나서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