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산책서점이 삼동면의 멋진 북카페로 탄생했다. 추운 겨울, 몸과 마음의 온기를 모두 채워 줄 아늑한 <동천서가>로 책 여행을 다녀왔다.
동천서가의 시초는 알만한 남해사람들은 다 아는 산책서점이다. 1996년 <원숭이와 폐허>로 등단한 후 수많은 저서를 발간하고 <남해에 산다> 에세이집 등 현재 남해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김조숙 작가가 운영해 온 서점 겸 출판사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가닿기 힘든 1인 출판사의 책들을 모으고 판매하는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 왔다. 때문에 흔하게 보지 못하지만 좋은 책들이 참 많이 구비돼 있기로 유명하다.
또 하나 반가운 점은 아이들에게도 활짝 열린 책방이라는 점. 그동안 '출판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펼쳐오며 남해에 책 읽으며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 그였다. 아이들 발이 닿는 작은 책상과 의자를 가장 좋은 자리에 놓고 양질의 그림책 코너를 마련해 어린이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꼭 소개하고픈 그림책들이 앞으로 더욱 많이 들어 올 예정이다.
책방 혹은 미술관 그 어디쯤
작은 책방의 매력은 책방주인의 책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좋아하는 박경리·박완서 작가의 사진과 오랜 책들로 꾸며진 서가를 만나는 재미는 쏠쏠하다. 표지가 예쁜 책들을 전면에 장식해 마치 하나의 큰 액자처럼 꾸며둔 코너 또한 주인이 애정하는 공간이다. 서점답게 대부분은 책이 차지하고 있지만 남편이자 목공공예가인 문동원씨의 예술작품도 한 켠에서 만날 수 있다. 네모반듯한 책과 곡선의 목공작품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그림 같은 공간은 편안함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준다.
북카페인만큼 차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봉지(믹스)커피 1천 원, 원두커피 2천 원, 비파청차 3천 원. 커피 한잔에 보통 6천 원이 훌쩍 넘는 고물가 시대에 보기 드문 가격이다. 카페보단 책이 주력이니만큼 소박한 메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부담 없이 내어드리고 싶은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남해 전체에 서점이 많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서 늦은 퇴근 이후 찾아오는 남해의 직장인과 여행자 길손들을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 두고 있다. 올겨울, 남해 여행이 더 다정해지는 순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