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1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나는 오늘 선거 운동을 중단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는 예비 유권자 다수가 트럼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라며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보다 뛰어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면서 승자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라며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오와 경선서 트럼프에 대패... "승리할 확신 없어"
예일대와 하버드대 졸업, 연방 하원의원 3선, 주지사 2선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디샌티스는 강력한 국경 통제, 총기규제 완화, 성소수자 반대 등 트럼프보다 더 짙은 보수색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트럼프처럼 선동적이지 않고, 극우 세력과 선을 그으면서 중도층 표심도 공략할 수 있는 '합리적인 트럼프', '트럼프 2.0'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지지율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다급해진 디샌티스는 선거대책본부장을 경질했고, 지난 15일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으나 트럼프에 29.8%포인트 차로 밀려난 2위를 기록했다.
미 CNN 방송은 "디샌티스에게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의 타격은 파괴적이었다"라며 "그는 헤일리도 간신히 제치고 2위를 했으며, 그에 대한 지지자들의 열정과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나는 아이오와에서 2위를 한 이후 아내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기도하고 숙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방법이 있다면 더 많은 선거운동과 더 많은 인터뷰 등 무엇이든 하겠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승리할 확실한 길이 없다면 지지자들에게 시간과 자원을 기부하라고 요청할 수 없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헤일리 "이제 내가 트럼프와 1대1 대결"
이로써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의 강력한 우위 속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의 2파전으로 벌어지게 됐다.
중도층의 지지세가 강한 헤일리는 아이오와에서 트럼프, 디샌티스에 이어 3위에 그쳤다. 그러나 오는 23일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디샌티스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 선거캠프는 성명을 내고 "영광으로 여긴다"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 그와 협력하고 싶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제 공화당이 트럼프로 결집해 바이든을 이기고 그의 재앙적인 임기를 끝내야 할 때"라며 "헤일리는 공화당보다 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당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헤일리는 유세 도중 디샌티스의 사퇴 소식을 듣고 "그는 훌륭한 경선을 펼쳤고, 좋은 주지사"라며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라고 덕담했다. 또한 "이제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만 남았다"라면서 1대1 대결 구도를 강조했다.
이어 "유권자들은 우리가 트럼프와 바이든의 길을 다시 걸을지, 새로운 보수의 길을 걸을지 결정할 자격이 있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