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돼 210억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 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주간함양>은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려 한다. - 기자 말
'예스'가 바꾼 삶
경남 함양 해솔마을에 사는 강동운씨. 함양에 특별한 연고가 있는 건 아니다. 부산사람이 함양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강동운씨는 함양에서 분식집을 할 줄 알았을까? 전혀 아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고 있는 강동운씨는 이 상황을 뜸불의 역사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전부 뜸을 뜨시거든요. 저는 군입대를 앞두고 무서워서 그 때 백회(정수리), 전중(명치), 중안, 단전, 족삼리까지 쑥뜸을 떴어요. 뜸을 뜨면 뜸불이 속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거든요. 저는 처음 뜸을 뜬 그 때부터 뭔가 시작됐다고 느껴요."
강동운씨 가족 모두 대체의학에 관심이 많다. 쑥뜸 생활이 인산죽염과 지리산으로 연결된 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웠다. 강동운씨 가족은 인산죽염과 지리산으로 함양을 처음 알게 됐다. 본래 부산에서 계속 살았으나 2020년 함양행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는 함양행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했다.
"2015년 군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군대에서는 뭘 하든 예스맨이 돼야 하잖아요. 군대가기 전에는 예스맨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군대에서 예스맨이 되니까 주변이 달라지기 시작한 거예요. 정말 제가 특별하게 뭘 원하지도 않았는데 술술 풀렸어요."
군에서 겪은 경험은 강동운씨 삶의 태도를 변화시켰다. 긍정적인 사람이 돼 인생을 스스로 결정해야겠다는 다짐은 함양으로의 이주로 이어졌다.
"부산 북구 주민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함양에 부모님 집도 있으니까. 함양군민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군대 전역 후 부산 서면 부전시장에 있는 삼촌의 24시간 분식집에서 일했다. 오후 9시에서 오전 9시까지 야간 근무. 뿐만 아니라 물류센터나 국밥집, 고깃집, 양산 이마트 그리고 함양에 오고서는 지역 마트까지... 닥치는 대로 일하며 다양하게 배웠다.
"남 밑에서 일하면 남 이상 할 수 없겠더라고요. 남이 주는 월급이 마약처럼 느껴졌어요. 달콤해서 그냥 거기에 안주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저는 월급을 받는 사람 말고 월급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 시기 함양군에서 진행한 '청년 이주정착' 사업에 선정돼 가게를 개업했다.
"2022년 11월 30일 첫 개업을 했어요. 처음엔 붕어빵으로 시작했거든요. 붕어빵엔 뭔가 모를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치즈도 넣고 전기로 붕어빵 만들기도 하지만 형틀에 가스불로 굽는 그 감성을 따라가긴 어렵죠."
강동운씨는 바짝 유행하는 음식이 아니라 붕어빵처럼 감성으로 먹을 수 있는 떡볶이를 택했다. 부전시장에서 잘나가는 삼촌의 분식집에서도 일하고 남포동 분식거리의 7번집·5번집, 광장시장의 분식집, 서민갑부에 나온 분식집 등 전국에 잘 나가는 떡볶이집을 탐방하며 잘 되는 이유를 분석하고 레시피를 완성했다. 그렇게 박쓰리오뎅의 떡볶이가 탄생했다.
강동운씨는 지금도 하루 평균 14시간씩 일한다. 음식의 베테랑인 어머니와 함께하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젊은 사람이 연고 없는 함양에서 일한다고 기특하다고 봐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강동운씨는 분식 하면 떠오르는 맛을 낼 수 있는, 분식집다운 분식집을 하고 싶어서 개업했다.
"결국 요식업의 본질은 맛이에요. 저는 열심히 하는 분식집 말고 맛있는 분식집으로 불리기 위해 일해요."
그냥, 즐겁게 하기
함양에서의 삶이 만족스럽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저는 함양 나쁘지 않아요. 공기도 좋고 자연도 가까이에 있고 사람이 막 빼곡하지도 않고요. 다른 청년들도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함양이 좋은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강동운씨가 좋아하는 말은 그냥 '즐겁게', 집중과 몰입을 해서 그냥 하는 거다. 강동운씨는 스스로 많은 기회를 얻어 여기까지 왔다고, 여태 자신에게 찾아온 운은 즐겁게 집중하며 보냈던 하루하루가 쌓여서 찾아온 거라고 믿는다.
"매 순간 즐겁게 집중했어요. 그냥 했어요. 그러다보니 길이 생겼거든요. 함양에 오기로 한 것도 막연하게 '부산 북구보다는 지원 같은 게 있겠지'하고 왔어요. 그렇게 그냥 하고 있어요. 하루 14시간 일하는 것 사실 쉽지 않아요. 그치만 매 순간 집중해서 즐겁게 그냥 하고 있어요. 덕분에 단골 손님도 많아지고 맛있다고 해주는 손님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시골은 그래도 이렇게 도전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어딘지도 모르던 함양에서 분식집 사장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14시간 일을 '그냥' 하면서도 건강이 중요하다며 시간을 쪼개 헬스장에 다니는 강동운씨를 보면 부산에서 시작된 그 뜸불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