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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간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두고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간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두고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지난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토론 자체는 무난했다. 김호일 회장은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비용보다 그로 인한 편익이 더 높다는 한국교통연구원의 분석을 언급하며 '지하철 적자는 노인 무임승차 중단이 아니라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지하철 요금이 주원인인 만큼 요금 현실화와 경영구조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편익 분석이 '끼워 맞추기식'이라고 비판하면서 수도권 노인과 지방 노인의 교통 격차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중단하고 그 대신 무임승차 손실액에 국가보조금을 추가한다면 국회 합의 시 노인에게 한 달에 10만 원까지도 교통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이미 정해진 미래고, 지하철의 적자 문제 또한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 자체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대표의 문제 제기와 해결방안에 완전히 동의하진 않더라도 논의 자체에 긍정적으로 여겼던 이유다.

그래서 이 대표가 토론 중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반대가 세대 갈라치기가 아니냐는 비판에 "이 정도의 복지 재구조화를 가지고 갈라치기를 한다고 얘기하면 앞으로 연금 개혁 등을 비롯해 손실이 발생하는 분들에게 다 갈라치기라고 하는 것"이라는 반박에도 동의가 갔다. 이준석 대표가 이 말만 안 했다면 말이다.

"무임승차 비율 가장 높은 역, 경마장역" 말한 이준석... 데이터 취사 선택

"4호선 51개 지하철역 중에서 가장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이 어딘지 아십니까? (진행자 : 어딥니까?) 경마장역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게 어떻게 젊은 세대에 받아들여질지 한번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가 1분 마무리 발언 기회를 줬을 때 이 대표가 한 발언이다. 통상 토론에서 마무리 발언은 대체로 마지막으로 자신의 주장을 호소할 수 있는 기회다. 이 대표는 그 기회를 수도권 4호선 지하철역 중 무임승차 비율이 가장 높은 역이 경마공원역(지난 2000년 경마장역에서 명칭이 변경됨)임을 강조하는 데 썼다.

토론에서 이 대표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중단해야 하는 이유로 내세운 것은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 문제와 지방 노인의 교통 격차 문제였다. 대신 이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느닷없이 경마공원역의 높은 무임승차 비율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해당 사안이 왜 문제인지 정도는 얘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대표는 경마공원역의 높은 무임승차 비율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젊은 세대가 어떻게 받아들일까'라고만 언급했다. 이 대표가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하철 요금을 낼 돈은 없고 경마장에 갈 돈은 있냐'는 비난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특별시가 제공하는 서울시 지하철 호선별 유·무임 승하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23년 12월 기준 경마공원역의 무임승하차 인원은 18만1945명으로 무임승하차 비율은 43.2%에 달했다. 

이 대표의 발언대로 4호선의 경우, 경마공원역보다 무임승하차 비율이 높은 역은 없었다. 하지만 서울시 지하철 전체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동묘앞(49.9%), 소요산(64.7%), 연천(66.4%) 등 경마공원역보다 무임승하차 비율이 높은 역이 총 15개 있었다. 무임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은 역은 종로3가역으로 56만7539명에 달했다. 무임승차 비율은 36.9%였다.

이준석 대표가 경마공원역보다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들을 제쳐두고 경마공원역을 콕 짚어 강조한 저의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이번 토론에 대해 "경험이나 이런 것에 기반한 토론보다는 실제 데이터를 놓고 저희가 얘기를 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지만 이처럼 데이터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이 대표가 언급한 데이터 기반의 토론에도 부적절해 보인다.

게다가 데이터의 수치 자체가 옳고 그름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경마장에 들르는 사람 중 직장을 다니는 청장년층보다 퇴직한 노인이 많은 건 당연한 현상이다. 또한 보편적 복지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이용해 경마장에 가는 것 자체 역시 문제라고 단정할 순 없다.

'2022 사행사업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경마장 참여 이유를 묻는 말에 '여가 생활이나 레저목적에서'라고 답한 비율이 43.4%로 가장 높았다. 무임승차를 이용하는 노인은 여가 생활이나 레저도 즐기면 안 된다는 것일까.

'갈라치기' 아니라는 항변에도... 전형적인 갈라치기 아닌가

이준석 대표에게 묻고 싶다. 경마공원역의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것과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와 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말이다. 그 자체로 사실인 데이터 수치가 어떠한 주장의 합리적인 근거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알맞은 맥락이 뒤따라와야 하기 마련이다.

물론 노인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갖고 경마에 빠지는 문제는 계속해 지적돼 온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지하철 무임승차와는 별개로 다뤄야 할 문제다. 연관성이 없는 문제를 맥락에도 맞지 않는 '무임승차 비율이 높다'는 데이터 수치로 엮어서 본질을 호도하는 이 대표의 행태가 '갈라치기'가 아니면 무엇일까.

만약 누군가가 '2023 명품 소비 관련 인식'이라는 데이터 분석 수치를 갖고 '젊은 세대가 고물가로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명품을 처음 접하는 나이대로 20대 사회 초년생이 가장 높았고 대학생이 그를 이었다. 이게 기성세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살펴봐야 한다'고 발언한다면 이 대표는 수긍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김 회장과의 토론에서 "이런 사회적인 개혁 아이템을 제시하고 논의를 시작할 때마다 갈라치기다, 혐오다, 이렇게 나올 것 같으면 대한민국은 아무 개혁 어젠다도 다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토론 마지막 발언은 그의 의도가 갈라치기에 있음을 의심케 한다.

#이준석#김호일#노인지하철무임승차#갈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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