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2시간 40분 가까운 시간 동안 무슨 얘기를 나눴기에 꽁꽁 숨기려고 하나?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용산으로 불러 군기라도 잡았나?"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9일 '민생만 논의했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오찬 회동에 대해 한 질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초청해 약 2시간 37분 간 오찬 및 차담을 진행했다. 앞서 '김건희 명품백' 사과 여부를 놓고 대통령실의 한 위원장 사퇴 요구까지 나오는 등 초유의 당정 충돌이 벌어졌던 만큼 지난 23일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화재현장 합동점검 후 당정 갈등 해소를 위한 만남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윤재옥 원내대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찬 회동에서는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께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해 당정이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면서 주택 문제·철도지하화를 비롯한 교통문제·중대재해처벌법 대상 확대 유예 여야 합의 외 '이슈'는 없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
윤-한, 2시간 37분 만났지만...김건희 여사 명품백 얘기는 없었다? https://omn.kr/278yo).
"김건희 여사 문제는 없었나" "(김 여사의 사과를 주장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에 대한 얘기도 없었나" "대통령께서 신년을 맞이해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언론간담회 등을 통해 밝힐 계획을 설명했나" 등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NO(아니오)'였다. "총선 관련해서 나눈 얘기는 없느냐"는 질문에도 "오늘은 선거 관련 논의를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민심을 전달해야 할텐데 언제,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현안이든 수시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서 그렇게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건희 명품백도, 신년 기자회견도 아니면 총선 공천 문제라도 상의했나?"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워 청와대를 나온 윤 대통령이 용산을 구중궁궐로 만든 것도 부족해서 밀실정치를 펼치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중대재해처벌법 등 민생현안을 두고 2시간 40분이나 대화를 나눴다는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다수 국민께서 우려하고 있고, 국제적 망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의혹'이야말로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엄정하게 원칙을 세워야 할 문제"라면서 "회동 내용이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국민 걱정 해소도 아니고 국민이 기다리는 '신년 기자회견'도 아니라면 대체 무슨 말을 그렇게 길게 했나"라고 따졌다.
이어 "목전으로 다가온 총선 공천 문제라도 상의한 것인가? 국민에게 밝히지 않는 밀담의 내용이 대체 무엇인가"라며 "2시간 40분 간의 말 못할 용산 밀실회동은 윤 대통령의 불통과 수직적 당정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보여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의혹을 외면하지 말고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시라"며 "공정과 상식을 약속했던 윤 대통령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