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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게 유죄(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가 선고된 직후인 1일 오전 수원지법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게 유죄(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가 선고된 직후인 1일 오전 수원지법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복건우
 
"이번 사건이 열악한 교육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장애아동 부모와 특수교사 간 대립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주호민씨

"주씨의 신고 후 일곱 번이나 선생님이 교체됐다. 학교와 교육청은 '공백이 없지 않았느냐', '어떻게든 교사 수급은 됐지 않았느냐'는 식이다. 도대체 저희 아이들의 학습권은 누가 보장해주느냐" - 해당 학교 특수학급 학부모


열악한 특수학급 여건을 혼자서 오롯이 감내해야 했던 특수교사. 아동학대 문제를 제기한 부모에게 다른 부모들이 불만을 토로하도록 만드는 장애교육 시스템. 지난해 7월부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주호민 아들 특수교사 아동학대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가 났지만, 이 사건이 사회에 던지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정서적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에게 벌금형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도 인정됐다.

선고 후 법정 밖 반응은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갈렸지만, 이들이 제기한 문제 의식에는 서로 통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례적으로 재판에 참석한 주씨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고, 특수교사 쪽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한편 장애학생을 둔 부모와 사건이 발생한 특수학급 부모들은 서로 입장 차이가 있음에도 해당 학급 학생들이 소속 학교나 교육청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문제에 대해 입을 모아 지적했다.

특수교사 벌금형 선고유예, 녹음파일 증거 인정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 복건우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판사 곽용헌)은 1일 아동학대처벌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게 유죄(벌금 200만 원)를 선고하고 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룬 뒤 유예기간이 지나면 범죄 사실을 없던 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짜증 섞인 태도로 피해자를 정서적 학대한 책임은 가볍지 않으며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정서적 학대로 인정된다"면서도 "이 사건 범행이 실제 피해자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얼마나 해를 끼쳤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 여러 부모들이 선처를 희망하고 있고 피고인이 특수교사로 성실하게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주요 쟁점이었던 녹음파일의 증거능력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해자 모친이 피해자에 대한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며 "자폐성 장애나 지적 장애를 가진 소수 학생만이 수업을 듣고 있어 녹음 외에는 학대 정황을 밝혀내기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수업은 공교육이라 그 내용이 녹음돼 침해되는 사생활의 비밀보다는 녹음으로 보호할 수 있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11일 초등교사의 아동학대를 의심한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을 녹음한 사건에서는 해당 파일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발달장애가 있는 주씨 아들 사건의 경우 대법원 판단과 사실상 쟁점이 다르다고 보고 녹음파일과 그에 따라 취득한 2차 증거들을 모두 증거로 인정했다.

해당 교사가 주씨 아들에게 한 여러 발언들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발언의 맥락과 고의성에 따라 판단이 갈렸다.

재판부는 A씨가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라고 말한 것에 대해 "피해자의 어떤 행동이 고약한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피해자도 버릇이 고약하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더라도 부정적인 표현임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수교사로서 전문성을 가진 피고인의 정서적 학대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아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맨날 무슨 생각하는 거야' '친구들한테 못 가' '급식 먹지 못 해' 등 발언에 대해서는 "혼잣말로 짜증을 내거나 수업에 집중하라는 취지로 한 말이고 다소 부적절해 보이나 그것만으로 학대 고의가 있거나 피해자의 정신건강 발달에 해를 가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정은 기자들과 교원단체, 이번 사건이 벌어진 특수학급 학부모, 주씨 쪽을 지지하는 또 다른 장애아동 부모들로 가득 차 재판 시작 전부터 인산인해였다. 이들은 좌석이 부족해 서 있거나 통로 바닥에 앉은 채로 이날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부가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과 해당 교사의 정서적 학대 혐의를 인정하는 순간, 해당 특수학급 학부모들은 한숨을 쉬거나 미간을 찌푸리며 흐느꼈다. 재판 내내 자리에 선 채로 선고를 들은 특수교사 A씨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고개를 숙인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주호민 입 열다... "부모-교사 대립으로 비치지 않길"
 
 1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쪽 김기윤(왼쪽)·전현민 변호사가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
1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쪽 김기윤(왼쪽)·전현민 변호사가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 ⓒ 복건우
 
그동안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던 주씨는 이날 흰 마스크를 쓰고 검은 재킷을 입은 채 법정에서 배우자와 함께 재판을 지켜봤다. 사건이 발생한 특수학급 학부모로 추정되는 이들은 선고 후 법정을 빠져나가는 주씨의 뒤를 따라가며 "남은 애들은, 우리 애들은 (어떡하냐)" "우리 애는 장애가 아니냐"고 소리치며 오열했다.

주씨는 재판 직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자기 자식이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이 부모로서는 당연히 반갑거나 기쁘지 않다.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라며 "이번 사건이 열악한 교육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장애아동 부모와 특수교사 간 대립으로 비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주씨는 또 "(특수교사 A씨의 경우)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등 과중한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수반 또한 과밀 학급이었기에 여러 제도적 미비함이 겹쳐져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학급에 특수교사가 제대로 배치되지 않는 등 학교와 교육청이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사건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으려면 여러 제도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인지한 순간부터 지난 6개월간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고 그저 재판에 집중했다"며 "오늘 밤 9시 트위치 방송에서 제가 특수교사의 선처를 취하하면서 여론이 악화하게 된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특수교사 A씨 쪽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김기윤·전현민 변호사는 "재판부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데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 몰래 녹음한 내용을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교사의 교육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해당 특수교사와 상의한 끝에 항소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두 변호사는 "(A씨의 발언이) 아동의 정서에 실질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재판부도 밝혔는데, 법에서 정하는 정서적 학대가 되려면 사실관계뿐 아니라 법리적인 판단도 필요하다"며 "정서적 학대로 인정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의아하다. 그 부분 역시 항소심에서 다퉈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교와 교육청의 외면... "평범한 장애아동 어떡하라고"
  
 1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경기 용인 고기초 특수학급 학부모라고 밝힌 세 부모가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1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경기 용인 고기초 특수학급 학부모라고 밝힌 세 부모가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복건우
 
이날 재판을 지켜본 여러 장애학생 부모들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입장을 내보이면서도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특수교사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특수학급의 사정, 장애아동을 보호하지 못하는 통합교육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이는 법정에서처럼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주씨 아들이 다녔던 학교의 특수학급 학부모라고 밝힌 한 부모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어떻게 아이한테 녹음기를 넣어서 학교를 보낼 생각을 하냐.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을 저희는 지난해 초에 알았다"며 "그 이후로 저희 맞춤반 특수교사는 하루마다 바뀌고, 열흘마다 바뀌고 3개월 간격으로 바뀌는 등 총 일곱 번 교체됐다. 그런데도 학교와 교육청은 '공백이 없지 않았느냐' '어떻게든 교사 수급은 됐지 않았느냐'는 식이다. 도대체 저희 아이들의 학습권은 누가 보장해주느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해당 학교 특수학급 부모는 "주씨 아들이 오기 전까지 맞춤반에 가장 오래 있었던 건 저희 아이들이었다. 저희는 사건이 있고 나서 선생님과 인사 한번 하지 못하고 생이별했다"며 "이제 막 5학년이 되는 아이가 6학년이 될 때 안전하고 조용하게 졸업하는 것이 저희의 유일한 목표였는데 이제는 그 목표마저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다른 학교의 고등학교 3학년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 이순옥(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안양시지회)씨는 "이 사건을 피해 당사자인 주씨 가족의 책임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교육청과 학교가 과밀 학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 부담을 특수교사 개인에게 강요한 점, 장애아동 교육 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특수교사가 정착하지 못한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씨 아들이 다니던 학교의) 특수학급에 남아 있는 학생들 역시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개인 대 개인, 학부모와 학부모가 싸우는 상황에서는 결국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아동, 부모가 피해자가 된다"라며 "계속해서 불안한 학교와, 그 불안을 방치하는 교육청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호민#특수교사#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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