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된 법원의 첫 번째 판단으로, 향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63억5700만여 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김 전 대표가 "방어권을 위해 불구속으로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도주할 우려가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 김인섭은 백현동 인허가 사항 등의 알선에 관하여 약 74억5000만 원의 현금과 액수 미상의 함바식당 사업권 상당의 이익을 수수하였다. 이러한 범행으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면서 "죄책이 매우 무겁다"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작년 3월까지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개발부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인허가 청탁·알선 등의 대가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현금 77억 원과 5억 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었다. 이후 작년 10월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이날 다시 재구속됐다.
검찰은 정 회장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친분이 있던 김 전 대표를 로비스트로 영입한 뒤 용도변경이 이뤄지는 등 백현동 개발 사업에 특혜가 주어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작년 10월 이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을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재명·정진상 언급한 재판부, '정진상 청탁 사실' 인정
이날 35분간 이어진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전 대표에 대한 판결문 주문을 발표하기 전까지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이름을 각각 11회, 25회 언급했다.
특히 김 전 대표의 혐의 중 '인정사실'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재판부는 "피고인(김인섭)과 이재명, 정진상의 관계를 간략히 말하겠다"면서 '세 사람의 친분이 이번 사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전제했다.
"2005년경 시민운동을 함께 하면서 친분을 쌓은 이재명의 여러 차례 선거를 지원하면서 성남시장 이재명, 그리고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서 모든 부서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였던 이재명의 최측근인 정진상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되었다.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도 피고인과 이재명, 정진상의 이러한 특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표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김 전 대표가 정바울 회장의 부탁을 받고 정 전 실장 등에게 청탁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성남시 도시계획과 도시계획팀장인 김아무개가 2014년 11월경 정진상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정진상으로부터 '피고인(김인섭)이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 나중에 서류가 들어오면 잘 챙겨봐 달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면서 "성남시 주거환경과는 2015년 3월 20일 정진상, 이재명의 결재를 받고 3차 신청을 승인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사업추진계획을 검토, 추진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대표 측이 주장한 '로비스트 부인설'에 대해서도 "(김인섭은) 이 사건 사업에 관한 별다른 전문성, 노하우 없이 오로지 지방 정치인 및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각종 인허가 사항에 관해 여러 차례 적극적인 알선을 했다"면서 일축했다.
재판부는 "주식매매계약서에 '공동사업자'라는 표현 등이 기재돼 있지만, 이는 동업의 형식 내지 외관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피고인이 정바울로부터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7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수수했다. 결국 피고인과 정바울 사이에 실질적인 동업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김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선고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은 기자들에게 "김인섭씨의 1심 판결은 실제로 김인섭이 청탁을 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타인 사무 알선으로 대가를 수수, 약속하면 바로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정 전 실장은 김인섭으로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하여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