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 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국가 연구개발 예산 대폭 삭감에 항의하다가 경호처 직원들에게 들려서 나갔다.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여 과잉 경호 논란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후 대전시 KAIST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축사를 했다. 졸업식 생중계 등 여러 유튜브 영상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십시오.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좌중의 졸업생 중 1명이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을 향해 소리쳐 항의했다.
이 졸업생의 항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정장을 입은 이들과 졸업 가운을 입은 이들 등 남녀 5~6명이 졸업생을 둘러싼 뒤 팔 다리를 들고 행사장 밖으로 나갔다. 경호처 직원들이 졸업 가운을 입고 좌중에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졸업생은 국가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졸업생이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가는 순간, 윤 대통령은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입니다"라고 축사를 하고 있었다.
졸업 가운 입은 인원, 항의 졸업생 드러내... 대통령실 "불가피한 조치"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대통령경호처는 경호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라면서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2024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14.7%(4조 6000억 원) 삭감돼 이공계 연구 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졸업생의 항의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항의한 졸업생과 대통령의 거리가 가깝지 않아 윤 대통령에 위해가 될 요인이 적었다는 점에서, 경호처의 대응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졸업식에선 여야 의원들도 축사에 나섰는데, 조승래 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항의한 졸업생이 끌려나간 일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사과하기도 했다.
축하의 말씀을 드리기 전에 미안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겠다. 아까 잠깐의 해프닝도 있었습니다만 사실 해프닝이라고 보기도 어렵죠. 작년 7월부터 지금 현재까지 내내 진행되고 있는 R&D 예산과 관련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에 대해서 누구의 책임이라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만, 그러나 적어도 KAIST를 졸업해 석사 박사에 진학하거나 기업을 창업하거나 현장에 투입되거나 하는 모든 분에게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여건에서 사회 진출하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후배님들이 연구하고 창업하고 하는 과정에서 선배들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다양한 변수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을 만들어 드리고 그 속에서 여러분이 뛰어놀 수 있게 하는 것이 선배들이 해야 할 일인데, 변수를 줄여주는 게 저희 일인데 변수들을 키워줬으니 얼마나 미안한 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