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순직 조속하게 인정하라"
"인정하라, 인정하라, 인정하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17일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였다. 이들은 21일 열리는 인사혁신처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서이초 교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선 구호를 외치다 눈물을 흘리는 교사들도 있었다.
'전국교사일동'은 이날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순직인정 촉구 및 늘봄정책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집회 인원은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약 1만 명이었다.
지난해 8월 투신했던 군산 무녀도초등학교 선생님 유족을 대신해 집회에 참석한 전북교사노조 강현아 교권팀장은 "출근 일수 82일 중, 530건의 공문 접수, 164건의 공문 생산 또한 82일 중 33번의 출장. 모든 일은 고인이 된 선생님께서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라며 "심지어 4학년과 6학년 복식학급의 담임교사로 2개의 학년을 운영해야 했고, 전담교사 없이 주당 29시간의 수업을 해야 했다. 교사에게 교육이 본질이 아닌 실적 위주의 과도한 행정업무를 우선으로 부과한 국가와 교육부는 이 사건을 교사의 단순 자살 사건으로 치부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했다.
지난해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신목초등학교 교사의 작은아버지는 "조카는 심각한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하려고 애쓰다 사망했다. 조카는 공무 수행 중에 사망한 것이 명확하므로 순직으로 인정돼야 한다. 고인의 명예 회복을 통해 깊은 상실감과 슬픔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이초 교사의 사촌 오빠이자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박두용씨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순직 인정이 가족들의 아픔을 온전히 치유해줄 수 없겠지만, 동생의 최소한의 명예 회복과 명복을 기리기 위해 반드시 마땅한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라며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집회 현장에선 늘봄학교 확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집회에 참여한 한 교사는 "교사들은 연간 1000시간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일, 매시간 생활교육과 어린이 상담, 학부모 상담을 시행한다. 왜 교사를 갈아 넣어서 돌봄 정책을 추진하려 하느냐"라고 되물었다.
현장에는 서이초 순직 인정을 위해 쪽지를 작성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돼 있었다. 현장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줄을 지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참여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인 딸과 집회에 참석한 여성A씨는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라며 "아이가 좋은 환경이 학교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과 함께 포스트잇에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서이초 선생님의 순직을 인정하세요'라고 적었다.
혼자 집회에 참여한 남성 B씨는 "교권 침해가 계속돼왔는데 선생님들의 희생으로 뒤늦게 알려진 것 같아서 너무 슬펐다"라며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과 슬픔을 같이 나누고 사회가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여기에 왔다"라며 집회 참여의 이유를 설명했다.
"교실에서 혼자 눈물을 삼키며 사라져간 선생님을 기억하며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서이초 순직 인정"
"최소한의 명예회복 순직인정으로 가능합니다"
"우리는 교육하고 싶습니다. 바라는 건 오직 그것뿐입니다."
집회가 끝날 무렵 전국교사일동의 한 관계자는 공교육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그는 "요즘 선생님들은 개학을 앞두고 어떤 교육을 할지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아동학대 등의 문제를 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라며 "하루빨리 공교육 현장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