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에 추모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서방 사회는 나발니의 사망이 러시아 정부의 책임이라며 규탄하는 가운데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와 영국 대사는 나발니 추모 장소를 직접 방문했다.
린 트레이시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18일(현지시각) 나발니의 추모 장소가 된 모스크바 솔로베츠키 기념비를 방문했다.
주러 미국대사 "나발니, 정치 탄압 희생자"
미국 대사관은 기념비를 방문한 트레이시 대사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우리는 오늘 솔로베츠키 기념비에서 알렉세이 나발니와 러시아 정치 탄압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발니의 가족, 동료, 지지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며 "그의 강인함은 영감을 주는 본보기다. 우리는 그의 기억을 기린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대사관도 나이젤 케이시 대사가 기념비를 방문한 사진과 함께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 외무부가 러시아 대사를 불러 "나발니의 죽음은 러시아 당국의 전적인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라고 항의한 것을 전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나발니는 그를 두려워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에 의해 서서히 살해당했다"라면서 "EU 회원국 장관들이 나발니를 추모하고 러시아의 자유 투사들에게 강력한 지지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 추모 집회는 금지하지만, 솔로베츠키 기념비를 방문해 헌화하는 것은 묵인하고 있다.
경찰, 추모 열기 단속... 러 전역서 400명 넘게 체포
그럼에도 러시아 곳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열렸고, 경찰이 단속에 나섰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Info'에 따르면 지난 16일 나발니 사망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 전역에서 400명 정도가 체포됐다.
OVD-Info는 시민들이 경찰에 끌려가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각 경찰서가 공개한 명단보다 더 많은 구금자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교회의 한 신부는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발니 추모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자택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반정부 운동을 이끌던 나발니는 지난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나발니의 사망에 지지자들과 서방 사회는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으나, 러시아 당국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겠다며 유족에게 시신도 인계하지 않고 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남편 사망 이후 첫 소셜미디어 게시물로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썼다. 그녀는 나발니 사망 직후 "그들(푸틴 정권)이 내 조국, 내 가족, 내 남편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