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국어 상담 서비스 '온라인가나다'는 국민들에 인기가 많다. 초등학생부터 출판사 교열 전문가까지 두루두루 이용하는 국어 생활 상담 전용 창구이기 때문이다. 대학원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다가 국립국어원으로 옮겨 온라인가나다 상담을 맡아 18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수연씨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 화제다. 짬짬이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 강의도 하고 있는 이씨를 지난 16일 세종국어문화원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온라인가나다 상담은 시기마다 다르지만 하루 평균 100여 건의 상담 문의가 올라온다고 한다. 다섯 명이 나눠하지만 늘 바쁠 수밖에 없는 이수연 작가는 짬을 내 세종국어문화원을 방문해 주었다.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는 실제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해 문장 쓰기에 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저자의 도움말을 들어보았다.
뭔가 이상은 한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을 때
- 책이 온라인가나다 상담을 17년 동안 해오신 경험을 살려 쓴 책이라 많은 신뢰감을 주고 있는 듯해요. 그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떤 유형이었나요?
"문장을 가장 많이 물어보세요. 맞춤법과 표준어는 많지 않아요. 맞춤법이나 표준어는 일단 사전에서 또는 인터넷을 활용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문장 쓰기는 문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그런 듯해요. 그러니까 자신이 쓴 문장이 어색하긴 한데 그 원인을 모르겠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모르는 거지요. 이를테면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한 근골격계 질환'이란 문장이 뭔가 어색한데, 막상 뭐가 어색한지 모르니까 상담을 요청하시는 거죠.
어색하다고 느꼈다면 그나마 기본 소양이 있는 것이죠. (웃음) '꾸준히 좋아지다'와 '꾸준히 나빠지다' 둘 다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꾸준히'를 아무 데나 쓰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꾸준히'는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는 태도로'라는 뜻이므로 '꾸준히 연습한 보람', '최근 10년간 점점 증가한 근골격계 질환'처럼 써야겠지요."
- 그 밖에 어떤 질문이 많았나요?
"문장부호를 많이 궁금해하세요. 맞춤법 규정에 문장부호 규정이 있다는 걸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를테면 '2024년 3월 1일'을 공문서에서는 또는 간결하게 어떻게 쓰냐는 것이죠. 이때는 문장부호도 중요하고 띄어쓰기도 중요한데 '2024.3.1' 또는 '2024.3.1.'라고 많이들 쓰시는데 둘 다 기준에 어긋나지요. 띄어쓰기는 '2024년 3월 1일'과 똑같이 하되, '년, 월, 일' 대신에 마침표(온점)를 찍으니까 '2024. 3. 1.'과 같이 써야지요. 요일을 넣을 경우는 기자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2024. 3. 1.(금)'과 같이 넣어야 하지요."
문장부호만 잘 써도 글 인상이 바뀐다
- 문장부호를 이 책에서 많이 강조하셨는데 이유가 있는지요?
"정말 문장부호만 잘 써도 글이 깔끔하고 분명하게 바뀌지요. 특히 중의적 문장인 경우는 거의 절대적입니다. 책에서도 다루었지만, 이를테면 '돈으로 무너진 출산율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누가 봐도 뜻이 중의적이지요. '돈으로, 무너진 출산율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쉼표 하나만 넣으면 중의성이 금방 없어지고 뜻이 명쾌해지지요. 문장부호는 글에서 문장의 구조를 잘 드러내거나 글쓴이의 의도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도구인데 문장부호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문장부호의 존재를 알고 잘 활용하실 수 있도록 이번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 높임법을 한 장 따로 중요하게 다루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높임 표현을 한 장으로 따로 다룬 건, 갈수록 높임 표현 직관이 점점 사라져 간다고 느껴서예요. 예전에는 3대가 함께 살거나 가족 여럿이 같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높임 표현을 알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부족하잖아요. 높임 표현을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알맞게 하자는 뜻에서 책에서 다루게 되었지요.
사람들은 '말씀'이 남의 말을 높이는 말도 되고 자기 말을 낮추는 말도 된다는 것에 놀라요. 말씀은 무조건 남 높이는 말이라고만 생각을 하고, 제가 설명할 때까지도 확신을 못 가지면서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다가(웃음) 제가 사전을 딱 열어서 펼쳐 보여 주면 신기해하면서 관심을 보이지요."
- 어문 규범이든 문장 쓰기든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왜 그럴까요?
"저는 그런 분들을 만나면 일단 영어 공부 10분의 1만이라도 국어 공부에 쓰라고 말하곤 해요.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우리 말글이 영어 과잉, 영어 중시 풍조에 휩쓸려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죠. 우리말 규칙에 맞게 바르고 정확하게 쓰는 일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요. 조금만 더 국어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면 별로 어렵지 않은데 평소에 별로 신경을 안 쓰다가 막상 글을 쓰려니 어렵다고 느끼는 거죠.
사람들이 많이, 쉽게 접하는 언론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어떤 언론 기관은 문법이나 어문 규범보다는 그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서 쓰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00하다'에서 '하다'를 생략해 버리거나 '수', '바'와 같은 1음절 의존명사는 붙여 버리고요. 그래서 제가 왜 그러는지 물어보기까지 했어요. 지면 한계 때문이라고는 했지만, 언론 정보는 사람들이 많이 접하게 되는 만큼 문법이나 어문 규범 준수에 신경을 더 많이 써 주었으면 해요."
- 답하기 난감한 질문은 없었나요. 그럴 땐 어떻게 하시는지요?
"제일 난감한 건 답변 기준이나 근거가 딱히 없는 경우예요. 예를 들어서, 청소년들이 주로 질문하는데 엄마한테 '본인'이라는 말을 쓰고 나서 엄청나게 혼났는데 '본인'이라는 말을 진짜 쓸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것이죠. 또 한 학생은 '선생님, 제발 깝치지 마세요.'라고 얘기를 했다가 자기는 엄청난 눈총을 받았는데, 그 학생은 '깝치다'가 '재촉하다'의 방언으로 알고 있었다며 '왜 그것이 잘못이냐'와 같은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윗사람에게 쓸 수 있는 단어, 쓸 수 없는 단어 목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이렇게 말해 주곤 합니다. 질문하신 분이 윗사람인데, 한참 먼 아랫사람이 자신에게 '본인'이나 '깝치다'라는 말을 쓴다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보라고요. 처지를 좀 바꿔서 생각해 보면 상대방에게 언짢은 표현일지 아닐지를 어느 정도는 직감할 수 있다고 답을 하지요."
- 그럼 가장 보람 있었던 건 뭐죠?
"가장 보람 있었던 거요? 사실 17년 경험이 책으로 나온 게 가장 큰 보람이죠. (웃음). 사실 책이 나왔을 때 눈물이 나올 정도였어요.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숨고 싶은 기분도 좀 있었지만... 막상 출간되니 마음도 시원하고 참 기뻤습니다. 그리고 일상 업무에서는 민원인들이 질문하시면서 '당신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그런 표현을 남길 때 참 감사하지요.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은 질문 내용 끝에다 '항상 고맙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와서 온라인가나다를 보면 국어 생활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해 주시는데, 그런 인사말을 읽을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제가 워낙 보람 추구형이어서 제가 하는 일 자체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정말 제 전공을 200% 살릴 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일하니까 그 자체로도 보람이 있는데, 그렇게 직접 인사를 들을 때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또 책이 출간돼서 해 온 일의 경험이 결실을 보게 되니 정말 보람됩니다."
- 온라인가나다 상담 자체 개선책은 없나요?
"좀 더 적극성을 띠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어떤 의미냐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가나다를 알고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조금 적극적으로 홍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 만약에 그렇게 해서 상담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힘드실 텐데요.
"상담이 갑자기 너무 많아지면 힘들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우리말을 상담받을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으로 글을 쓰는 일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으니 온라인가나다를 활용해서 우리말, 우리글을 더 잘 쓰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 국민들 국어 소양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높일 수 있을까요?
"근본적으로는 국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부터 국어 문법 교육이나 글쓰기(문장 쓰기) 교육을 확실하게 해야 해요. 영어 문법보다 국어 문법을 정확하게 교육받고, 글쓰기도 이론 공부보다 실제 써 보기를 더 많이 한다면 국어 소양이 크게 높아질 거예요. 그렇게 되면 사회에 나가서 문법이나 글쓰기와 관련해서 다시 교육을 받느라 드는 시간이나 비용도 줄일 수 있겠지요. 국어 소양을 높이는 면에서는 온라인가나다와 같은 국어 생활 상담 창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거나 우리말 우리글을 다룬 책들에 관심을 두고 가까이 한다면 큰 힘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