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역 공군 병사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항의하는 의미로 분신을 해 숨졌다.
<뉴욕타임스>, <타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5일(현지 시각) 군복을 입은 한 남성이 미국 워싱턴 D.C.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을 붙였다. 남성은 불이 꺼진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더이상 대량 학살에 연루되지 않겠다"
워싱턴 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은 남성의 신원에 대해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출신의 25세 공군 현역 병사인 에런 부슈널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부슈널을 제외하고 분신으로 인해 다친 사람은 없다고 발표했다.
<타임>에 따르면 부슈널은 분신 전 언론 매체에 분신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늘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대량 학살에 반대하는 극단적인 항의 행동에 참여할 계획"이라며 "매우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언론에 보냈다.
그는 분신 당일 아침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내가 노예제 시대에 살아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아니면 짐 크로우법이 있던 때나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자문한다. 조국이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답은 바로 당장 행동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해당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인 트위치의 생중계 링크를 첨부해 자신의 분신 과정을 생중계했다. 생중계 당시 그는 이스라엘 대사관 진입로를 향해 걸어가면서 "나는 더이상 대량 학살에 연루되지 않겠다. 극단적인 항의 행동을 하려고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어 부슈널은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식민 지배자들의 손에 의해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혀 극단적이지 않다. 이것이 우리 지배층이 정상이라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 분신 사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항의하기 위해 분신을 시도한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애틀랜타 이스라엘 영사관 밖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여성이 분신을 시도해 중태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현역 군인의 분신 사망에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내 직원 그룹인 '휴전을 위한 행정부 직원들(Staffers for Ceasefire)'은 성명을 통해 부슈널의 죽음을 애도하며 "우리의 총사령관인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들의 고통에 대한 참모들의 반대 의견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휴전을 촉구했다.
한편 부슈널의 죽음을 보도한 미국 매체들을 향한 비판도 있었다. 아랍권 매체인 <알자지라>는 "부슈널의 죽음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밖에서 분신한 남성이 사망했다고 경찰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아마도 역사상 가장 희석되고 맥락화 되지 않은 기사 제목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알자지라>는 "부슈널의 죽음에 대해 <타임>의 기사는 '국방부 정책은 현역 군인에 대해 당파적 정치 활동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내용과 미군 규정에 비공식 연설, 인터뷰 등 활동 시 군복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며 그의 죽음을 비난하고 폄하하기 위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중동 전문 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 또한 "공군이 D.C.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분신 자살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제목과 "미 공군,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분신하다 사망"이라는 CNN의 기사 제목에 대해 "어느 매체도 그가 항의한 이유인 '가자'나 '대량 학살'이라는 단어나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인 '팔레스타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