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곧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고 한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요즘 '저속노화'와 '가속노화' 같은 단어에 관심이 간다. 특히 '저속노화'를 위해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느리게 나이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누구든지 실천하고 싶을 거다.
서울 아산 병원 노년내과 전문의인 정희원 교수가 쓴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를 최근에 읽었다.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삶 어딘가에 뿌리내린 가속노화 현상을 발견할 때가 많다고 한다. 요즘 젊은 사람 중에도 가속노화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책을 읽으며 가속노화의 두려움도 느꼈지만, 저속노화에 대해 더 관심이 갔다.
저속노화를 위해서는 식단과 수면 등 생활 습관이 중요함은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물론 좋은 식습관과 수면, 운동은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생활 습관이라서 새로울 것은 없다. 잘 알면서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게 문제다. 물론 나도 좋은 음식 먹고 꾸준하게 운동하고, 숙면하려고 늘 마음먹는데 잘 안되어 늘 반성하곤 한다.
저속노화에 꼭 필요한 마음 챙김... 좋은 방법은 독서
나는 저속노화에 꼭 필요한 것이 마음 챙김이라고 생각한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우울증에 대한 관심도 크기에 마음 챙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 챙김에는 명상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험상 독서가 가장 좋은 마음 챙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칠 전 <한겨레>에서도 비슷하게 보도하는 걸 봤다).
내 취미는 독서다. 아이들은 어릴 때 남들이 "엄마 취미가 뭐냐?" 물으면 "우리 엄마 취미는 독서예요."라 말하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책을 읽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도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는데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손에서 책이 사라진 것이다. 책과 함께 여유 있는 마음 또한 사라졌다.
아이들이 크고 나이가 들면서 다시 책을 찾게 되었다. 50대 중후반이었다. 초등학교 교장이 되고부터 학교 도서실에서 늘 책을 대출해서 읽기 시작했다. 강의를 듣다가 강사가 소개해 주는 책도 메모했다가 꼭 찾아서 읽었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이 나오면 메모를 해 두었다. 메모해 두면 책 내용이 오래 기억된다.
최근엔 퇴직한 뒤에 동네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도서관에 가 보면 요즘 책 읽는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도서관에는 큰 글자 도서도 많이 전시되어 있고, 신문과 잡지도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종종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광경을 보면 정말 아름다워 보인다.
가끔 지하철에서 책 읽는 노인을 볼 때면 노후를 잘 사시는 것 같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온통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전철에서 책 읽는 모습이 아름다워 나도 늘 가방에 책 한 권을 넣고 다닌다. 전철에서 책 읽는 풍경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독서를 다시 시작하다 보니, 책을 읽고서 그냥 접어 두면 책에서 얻은 좋은 기운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마음 챙김에 좋은 독서법은 책을 읽으며 책 속 좋은 문장을 기록해 두고, 나오는 인물에 대한 설명도 간단하게 써 두는 것이다. 그러면 그 책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내 것이 된다.
더 좋은 방법은 책을 읽고 서평을 써 보는 방법. 그러면 그 책이 완전하게 내 것이 된다. 이후에 특정한 글을 쓸 때 인용할 수도 있고,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책 속 문장을 인용하여 말하다 보면 내가 젊어지는 것 같다.
나는 좋은 책을 만나면 서평을 써서 오마이뉴스 '책동네'에 송고하기도 한다. 이렇게 서평을 쓰면 읽으면서 한 번, 글 쓰면서 한 번 등 책을 여러 번 읽는 효과가 나타난다.
내가 젊어 보이는 이유... 저속노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지난주에는 정말 오랜만에 여고 동창을 만났다. 그 중엔 자주 만난 친구도 있었지만, 거의 20년 만에 만난 친구도 있다. 나보고 하나도 안 늙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가끔 '소녀 같다'는 말도 듣는다.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꾸준한 독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 독서를 통한 긍정적인 마음과 따뜻함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에세이도 따로 쓰고 있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은 "글이 술술 쉽게 읽히고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라고들 한다. 사실 원래의 나는 조금 까칠한 사람이었는데,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좋은 사람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좋은 말을 하게 되고, 상대방에 공감해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풍부하고,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 이것이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글을 읽었다.
저속노화를 꿈꾸신다면, 멀리 갈 것 없이 집 근처 도서관을 방문하여 읽고 싶은 책을 대출해보길 바란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도 노트에 적어보고, 시를 필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시를 필사하다가 한 번씩 시도 지어보면 남은 삶이 행복할 것이다.
도서관에 드나들며 일정한 운동량도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커, 몸 건강 마음 건강이 저절로 따라올 거다. 저자 정희원 교수는 저속노화에 좋은 것 중 한 가지가 '몰입'이라고 주장한다. 집중해서 책을 읽으면 저절로 몰입을 경험하기 쉽다.
요즘 총선(4.10)을 앞두고 민생이란 말이 넘쳐난다. 진정한 민생 정책 중에 많은 것이 있겠지만, 국민의 마음 건강, 마음 챙김을 위해 독서 활성화로 도서관 정책에도 신경 써 주면 좋겠다. 낙후된 도서관이 많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인기 있는 신간을 대출하기가 정말 어렵다. 좋은 책은 한 권이 아니라 몇 권씩 구입할 수 있도록 도서관 예산을 늘려 주길 기대해 본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마음이 허전한 분은 이제부터 독서로 마음을 채우고 달래보길 바란다. 나이 듦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니 독서로 마음을 가득 채워 마음 부자 만들면 노화도 더 천천히 오지 않을까. 독서로 마음 건강 채우고 근력 운동으로 몸 건강을 채워, 함께 느리게 나이드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