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수부에 지난 29일 다녀왔다.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감을 가지고 찾아간 곳이다. 대전에서 가깝지만 평소 가보지 못했다. 실제 얼마나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몰라 반신반의하면서 찾아갔다.
다행히도 넓적부리, 흰뺨검둥오리, 혹부리오리, 청둥오리, 쇠오리, 홍머리오리 등의 다양한 오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멸종위기종 흰꼬리수리의 월동을 확인하고 저공비행 하는 멋진 모습을 만나기도 했다. 먹이를 찾아 비행하는 독수리 위용을 확인 할 수 도 있었다. 이외에도 말똥가리 새매 등의 맹금류를 만나는 것 자체도 놀라웠다.
그 중 단연 으뜸은 바로 황오리였다. 황오리가 대규모로 월동하는 모습을 만났다. 28년 새를 봐온 필자도 이렇게 많은 황오리떼를 만난 적은 없다. 합강에서 약 500개체를 만난 것이 최대였다. 황오리는 다른 오리 무리에 일부가 섞여있거나 200마리 내외의 무리를 금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합수부에서 851마리의 황오리가 월동하고 있었다. 쌍안경으로 개체수를 세는 데도 시간이 한참 소요될 정도로 많았다. 미호천과 무심천이 만나 만들어 놓은 넓은 모래사장이 황오리에겐 절대적인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쉽게도 새들은 청주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 소리와 제트기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겨울을 나고 있었다. 항공기에는 비교적 덜 민감했지만 제트기와 헬기 소음에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비행을 하다 다시 내려 않기를 반복했다.
황오리는 주변 농경지와 미호천을 이동하며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넓게 만들어진 모래섬과 자갈밭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황오리가 평화로웠다. 이 평화를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인근 지역에 위치한 갑천에서는 아직 확인된 적도 없는 황오리 월동지이기 때문이다. 갑천에 비해 넓은 모래톱과 자갈밭이 서식의 기본적 조건을 마련해 준 것으로 보인다.
아마 금강유역에서는 최대 황오리 월동지인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도 이번 규모보다 큰 월동지는 거의 없다. 환경부 자연환경조사에 따르면 2024년 1월 국내에 약 4601개체가 확인됐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1508개체에 비해 약 3093개체가 늘어나면서 미호천에도 많은 개체가 월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황오리의 전국적인 증가한 이유를 확인할 길은 없다.
황오리는 금강 남쪽에서는 거의 월동하지 않는다. 금강을 중심으로 대부분 북쪽에 월동하는 특이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환경부 조사 지도를 보더라도 금강의 남쪽은 순천만에서 확인된 1개체가 전부다. 이런 놀라운 지리적 특성을 가진 새는 국내에 황오리가 거의 유일하다.
금강을 기준으로 나뉘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금강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금강유역권인 미호천을 지키고 황오리 서식처로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년에는 국내에 황오리가 어떻게 분포할지 알 수 없으나, 현재 미호천과 무심천 합류지점의 넓은 서식처를 보호할 방법을 찾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의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