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열악한 이주노동자 처우에 외신이 "이주노동자 보호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이주노동자가 필요하지만 그들을 보호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South Korea Needs Foreign Workers, but Often Fails to Protect Them)"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수출품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공장과 농장을 계속 가동시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 노동력이라는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되는 인구통계학적 위기로 인한 여파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정부는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국 출신 저숙련 인력 할당량을 두 배 이상 늘리는 것으로 인구 위기에 대응했다"며 "고용주를 선택하거나 바꾸는 데 있어 발언권이 거의 없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약탈하는 고용주, 비인도적인 주거, 차별 및 기타 학대를 견뎌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주노동자 일회용품처럼 대해"
이어 매체는 방글라데시 출신인 찬드라씨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공원에서 안전모도 없이 벌목 작업을 하다가 머리를 다쳤지만 사측은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찬드라씨는 머리에 내부 출혈과 두개골 세 군데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지만 사측은 경미한 타박상을 입었다고만 신고했다.
찬드라씨는 <뉴욕타임스>에 "내가 한국인이었다면 그들은 나를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들은 이주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대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이주노동자는 전국 평균에 비해 업무 관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거의 3배 더 높다. 이러한 발견은 인권단체와 외국 정부를 경악시켰다"며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임시 취업 비자를 받은 30만 명 이상의 저숙련 노동자가 있는 매력적인 목적지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약 43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불법 노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작은 원단 공장에서 3년 가까이 일한 방글라데시 출신의 아시스씨는 주 6일, 12시간 교대 근무를 하지만 월급을 제때 받은 적이 없다. 아시스씨는 <뉴욕타임스>에 이달 말까지 연체된 임금의 일부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한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회사는 내게 월급을 제때 지불하거나 전액을 지불한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경우는 아시스씨만 겪는 일이 아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매년 9100만 달러(약 121억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허가제, 고용주와 이주노동자 주종 관계 형성시켜"
매체는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 사업장에 조사관을 파견하고 이주노동자를 학대하는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이주노동자를 위해 공공 기숙사를 짓는 등 이주노동자의 노동 및 생활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 기록적인 16만 5천건의 임시 취업 비자를 발급할 계획임에도 아홉 개의 이주노동자 지원 센터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뉴욕타임스>는 "지난 2004년 도입한 고용허가제로 중개인을 없애고 정부가 저숙련 이주노동자를 위한 유일한 직업중개업체가 됐지만 심각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용주와 이주노동자 사이에 주종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라며 경기도 포천에서 이주노동자센터를 운영하는 김달성 목사의 말을 인용했다.
김 목사는 "고용허가제로 온 이주노동자들은 학대하는 고용주를 두고 있어도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고용주가 비자 연장이나 갱신을 도와주길 바라면서 시련을 견디거나 불법적으로 일하고 이민단속의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네팔에서 온 농업 이주노동자 체트리씨의 경우 "고용주로부터 주택을 약속받았지만 정작 머문 곳은 검은색 플라스틱 차양으로 덮인 너덜너덜한 온실 같은 구조물 안에 숨겨진 중고 선적 컨테이너였다"며 "정부는 새로운 안전 규정을 제정했지만 포천에서는 여전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가 인터뷰한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이 한국의 인종차별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태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스씨는 "한국인들은 피부색에 따라 사람들을 다르게 대한다. 붐비는 버스에서 그들이 내 옆의 빈자리에 앉기보다는 서서 가는 편을 택할 때 나는 내가 냄새가 나는지 자문하곤 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숀코르씨는 "고용주가 자신이 훈련시킨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고 승진시키는 동안 내 임금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일하다 부상을 입은 찬드라씨는 <뉴욕타임스>에 "부상보다 최악이었던 것은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비슷한 실수를 했음에도 관리자들이 이주노동자에게만 모욕적으로 대할 때"라며 "열심히 일하는 것은 꺼리지 않는다. 지치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