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내가 자주 가는 과일 야채 가게에 가서 딸기를 구매했다. 작은 팩 하나에 6000원, 두 개는 세일을 해 1만1000원 한다고 해서 딸기 두 팩을 기분 좋게 구매했다. 사과 가격은 얼마 전까지 6개, 7개 만 원이던 것이 이제는 3개, 4개에 만 원에 판다. 배는 한 개에 5000원, 6000원이다. 주방에서 가장 많이 쓰는 대파 한 단은 싸다는 식자재마트에서도 4450원에 판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감자 스낵류 과자도 3600원으로 올라, 딸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만 사고 조금 저렴한 다른 감자 스낵을 사 먹기로 결정했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주 장을 볼 때마다 실감하고 있다. 월급 빼고는 다 오른다더니 그 말이 딱 정답이지 싶다.
돈 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딸기 한 팩과 대파를 사려고 해도 돈이 450원이 모자르다. 배 한 개와 대파 한 단을 사려고 해도 간당간당하다. 과자 한 봉지도 2000원 가까이 하며 오늘 딸아이가 먹고 싶다고 산 짜장면 한 그릇도 7000원이었다. 돈 만 원을 가지고서는 딸아이와 두 그릇의 짜장면을 시켜 먹지 못한다. '짜장면이 싫다'고 한 그룹 GOD의 노래 속 어머니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딸아이랑 얼마 전 서울 근교의 한 놀이공원으로 놀러 갔었다. 따뜻해진 날씨와 토요일 주말이라 그런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큰 크기의 주차장이 자동차로 꽉 메워질 정도로 놀이공원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날씨가 좀 풀린 주말이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나들이객들이 많이 보였다.
그동안 추운 날씨와 일하느라 바쁜 엄마 때문에 집에만 있느라 답답했을 딸아이와의 모처럼만의 외출이었다. 집 떠나면 모든 것이 돈이라는 말이 있듯이 외출과 외식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적지 않은 부담이긴 하지만, 타고 싶어 했던 놀이기구를 마음껏 타게 해주었다.
그러다 어디선가 "퍽!!"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들려와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서너 살 정도의 어린아이의 키 만한 강아지 인형이 퍽 소리 나던 트레일러 차량 위를 빙 둘러 진열되어 있었다.
그 아래 큰 나무 블록 세 개가 나란히 선반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 나무 블록 위로 성인 남성의 한 손에 가득 찰 정도 크기의 모래주머니 한 개가 재빠르게 세 개의 블록 중앙으로 날았다.
"퍽!!! 아!~ 안타깝습니다. 손님."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탄성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탄성 섞인 소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광경을 지켜보았다. 여섯 명 가까이 되는 젊은 청년인 듯 청소년인 듯 보이는 한 무리의 청춘남녀가 모여 있었다.
남학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던져 실패를 하자 무리의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도전해보겠다고 호기롭게 앞으로 나섰다. 직원분이 집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만 원입니다. 기회는 세 번이고요. 꼭 인형 타가시길 바랍니다."
나는 만 원이란 말에도 놀랐지만 단 세 번의 기회란 말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공 세 번 던지는데 만 원이라니, 카드를 들고 나온 남학생은 고민없이 바로 카드 리더기에 결제를 했다. 호기롭게 던지고 던졌지만 역시나 모두 빗나갔다.
그러자 같은 무리의 남학생이 또 다시 도전을 했다. 역시나 실패. 다음 그 모습을 본 다른 커플의 손님이 던졌지만 역시 실패. 그들을 지켜보던 엄마와 아이가 다음 던졌지만 역시 실패. 아쉬움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던 청년들은 또 다시 도전을 했다. 한번 던져본 남학생 둘이 나란히 다시 만 원씩 결제하고 던졌지만 역시나 모두 실패.
도대체 그 인형이 뭐라고. 그들이 15분, 20분도 채 안 돼서 쓴 돈은 자그마치 5만 원.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인형 뽑기를 한 것도 아니요. 아이들이 하는 풍선 터트리기 게임. 꽝이라도 준다는 사탕이나 장난감을 받은 것도 아니다. 단지 한 사람씩 모래주머니 세 번씩 던진 값이 5만 원이라니.
현재 기준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은 9860원. 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이다. 인터넷 쇼핑에서도 만 원이 아닌 천 원도 아닌 10원, 1원 가지고도 치열한 가격경쟁을 하기도 한다. 요즘 같은 고물가시대에 마트에서 하는 1+1행사에 사람들은 물밀 듯이 몰린다.
지난 주말에 한 대형 마트에서 하는 딸기 4990원 행사와 치킨 4900원 행사에 나 또한 딸기와 치킨을 사러 갔었다. 주말을 맞아 점심시간쯤 갔지만 이미 물건을 놓았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그 자리를 12000원 하는 딸기와 4900원을 대신해 6900원 하는 치킨이 대신 놓여 있었다. 6900원 하는 치킨이 3개 남았지만, 그 또한 잠시 고민하다 바로 옆 사람들에게 빼앗긴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아쉬움에 마트 직원분한테 행사했던 딸기와 치킨에 대해 물어 보았다.
"저기! 행사했던 딸기는 언제 다 나갔나요?"
"마트 오픈하기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 준비한 물량이 30분인가, 한 시간도 안돼 이미 다 나갔습니다."
매주 장을 보러 간다. 장을 보러 갈 때 물건 사는 목록을 정리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사야 할 물건을 들었지만, 고공행진 하는 물건값에 드는 물건들마다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이것이 과연 지금 꼭 필요한가를 따지기를 수십 번을 한 후에야 장바구니에 넣게 된다. 언제쯤이면 맘 편하게 장을 보러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iog.naver.com/chaos2023'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