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차량 이동 중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러시아군 미사일이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사건은 6일(현지시간)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인 오데사를 시찰하던 중 발생했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CNN에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고 폭발로 인한 '버섯 구름' 또한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통은 착탄지점이 약 500미터 떨어진 곳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로 플레텐추크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이번 미사일 공습으로 다섯 명이 사망하고 더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초타키스 총리는 아무 피해가 없었다고 CNN에 전했다.
전쟁 후 우크라 첫 방문한 그리스 총리 "실제 전쟁 벌어진다는 점 생생히 상기"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이 공습을 보고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러시아의 공습을 목격했다. 우리가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그들은 어디를 공격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오늘 공습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이후 처음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미초타키스 총리 또한 이날 취재진에게 "우리가 차에 타려고 할 때 큰 폭발음이 들렸다"며 "저는 이것이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장 훌륭하고 생생하게 상기시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전선과 군인들뿐만 아니라 무고한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CNN은 이번 미사일 공습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위험한 최전선을 자주 방문하고 러시아와 2년 넘게 전쟁을 벌이는 동안 수십 명의 세계 지도자들을 우크라이나로 맞이했지만 이번 공격은 대통령에게 가장 근접했던 도전장"이라며 "나토 회원국 정상인 미초타키스 총리의 방문에 대한 이번 공격은 그러한 방문의 위험성과 양국의 분쟁이 전 세계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잘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러 국방부는 정상 언급 없이 공습만 인정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고르 조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우리로부터 500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다"며 "우리 대통령 대표단이나 미초타키스 총리 대표단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브코바 부보좌관은 "(해당 미사일은) 크림반도에서 발사돼 목표 지점인 오데사에 도달하는 데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가 충분한 대공방어 능력을 갖고 있었다면 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습 당일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세계에는 방공 시스템이 충분하고 방어용 무기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며 방공 시스템 지원을 호소했다.
이번 공습에 대해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이번 공습은 러시아가 어떻게 매일 무모하게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는지, 특히 방공 시스템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긴급한 요구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며 하원이 우크라이나에 방공 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대의 무인 보트 전투 사용 준비가 진행 중인 오데사 산업 항구 지역의 격납고에 고정밀 미사일 공습을 시작했다. 공습의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성명에서 밝혔을 뿐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초타키스 총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항구 도시인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해군의 주요 기지가 있는 곳이자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에 매우 중요한 거점이다. 이에 러시아는 침공을 시작한 이후 계속해서 이곳을 공략해왔다. CNN은 러시아가 최근 들어 오데사에 대한 공습을 강화했으며 2일에는 도심의 아파트단지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