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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맞서 의협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지난 2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한 보호자가 자신의 외투로 환자를 감싸안고 눈과 비를 막으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맞서 의협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지난 2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한 보호자가 자신의 외투로 환자를 감싸안고 눈과 비를 막으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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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은 다윗에 이어 왕위를 계승한 고대 이스라엘의 왕으로, 성경에 전해지는 솔로몬의 재판이라는 일화로 인해 지혜의 왕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한 두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죽었는데, 두 어머니가 모두 살아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실을 밝힐 증거나 목격자가 없었기에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가려낼 일만 남았습니다. 송사를 접한 솔로몬왕은 아이를 둘로 갈라 두 어머니에게 나눠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모두가 아실 것입니다.

의료의 분야별 편중과 지역 간 불균형 문제가 위태로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정부는 필수의료분야와 지역사회 의사인력의 부족을 이유로 의사 절대 수를 늘리는 의대증원을 해법으로 제시했고, 의료계는 제도적 보완이 없는 의사인력의 양적 증가는 의료의 질적 저하와 의료비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정원 문제는 정부의 고유권한으로 의료계와의 협상이 불필요함을 천명하며 내년부터 의대 신입생을 67% 증원할 것을 발표했고,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수련 중이던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대생들 또한 단체로 휴학계를 제출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에는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남아 환자를 돌보고 있지만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으며,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 이로 인한 분노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이자 자본주의 경제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라는 직업군에 요구되는 사회적 의무와 의사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사적 기본권 사이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는 의사들에게만 요구되는 희생이 아닙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모든 직업군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마다의 자리에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합니다.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비근한 예가 화물연대의 파업일 것입니다. 화물운송 종사자의 안전을 위한 안전운임제 연장요구가 거부됨으로써 벌어진 화물연대의 파업은, 대부분의 운송기사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이었음에도 업무개시명령, 면허정지, 사업자등록취소로 이어지는 정부의 강공책과, 물류대란과 경제악화에 대한 비난여론에 밀려 와해되고 말았습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솔로몬왕이 아닌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어머니는 아이를 둘로 나누라는 솔로몬왕의 판결 앞에 아이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함으로써 아이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길어질수록 중증 응급환자들은 솔로몬왕 앞에 놓인 아이와 같은 운명에 놓일 것입니다. 무소불위의 공권력을 가진 정부는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로 타협 없는 엄벌을 예고하고 있으며, 전공의와 학생들은 부당한 강요에 맞선다는 의기로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대결구도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이길지가 아니라 '언제 싸움이 끝날지'입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소중히 여기는 이가 결국은 패할 것입니다. 부디 너무 늦은 결단이 되지 않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태그:#의대증원, #전공의사퇴, #의대생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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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속의 외딴 섬인 보건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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