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늘봄학교로 인한 교사 과노동과 교실 부족 등 파행 사례를 공개하며 정책의 전면 철회를 정부에 요구했다.
전교조는 12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늘봄학교(오전 7시~오후 8시 시행하는 방과후·돌봄 프로그램)를 운영하는 초등학교 661개교(전체 늘봄학교 중 22%)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는 "교사들이 정규수업 후 바로 늘봄 프로그램 운영에 투입돼 다음날 수업 준비에 지장을 받고, (학교 내 공간 대부분을) 늘봄교실로 전환해 교사가 복도서 업무를 하는 등 파행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정부는 아무 문제 없이 늘봄학교를 추진할 수 있을 것처럼 홍보에 몰두했지만, 늘봄학교 실무를 도맡은 학교 현장은 각종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 혼란, 늘봄 파행 정부는 책임져라", "현실성 없는 늘봄 정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이들은 "국가는 (늘봄학교가 저출생) 과제라지만 학교는 재난"이라며 "늘봄학교 정책을 전면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통친 대통령, 졸속 추진 현실을 보라"
전교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늘봄 프로그램 운영에 교사(기간제·정교사 포함)가 투입되는 비율이 53.7%로 과반 이상이었다. 특히 늘봄 행정업무를 교원(교감·기간제·정교사)이 떠맡는 경우는 89.2%에 달했다.
교육부는 기존 교원들이 늘봄학교로 인해 업무가 과중되지 않도록 늘봄 행정업무를 보조하는 늘봄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태조사 결과 "아직 채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17.3%로 나타났다. "공고에 지원한 사람이 없다"(81%)와 "정원이 배정되지 않았다"(19%)는 게 이유였다.
심지어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 초등학교로 늘봄학교가 확대됨에도 채용된 늘봄 기간제 교사 중 '중등교사' 자격증을 소지했다고 답한 이가 46%로 집계됐다. 초등교사 자격은 36.7%였다.
초등교원 자격을 소지한 늘봄 기간제 교사 중에선 연령대가 60대 이상이라는 응답이 46%로 나타나 가장 많았다. 20~30대는 25.4%, 40~50대는 28.6%였다. 중등교사 자격을 소지한 늘봄 기간제 교사는 40~50대(55.3%)가 가장 많았고, 20~30대(37%), 60대 이상(7.7%) 순으로 나타났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리 힘들어도 (늘봄학교는) 절대 후퇴 불가하다며 정부만 믿고 아이를 맡기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현실을 보라"며 "중요한 새학기에 교사들은 늘봄 강사로 투입돼 상담을 할 수도, 수업을 준비할 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영국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도 "지금 정부서 말하는 늘봄정책은 '학교 안에 종류별 학원을 차려줄 테니 원하는 사람은 공짜로 다닐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담임교사를 (업무공간인) 교실에서 쫓아내 학교를 떠돌게 하고, 임시로 비정규직 교사를 뽑아 업무를 시키고, 민간에 외주를 주고 위탁하는 것이 국가가 책임지는 양질의 돌봄 시스템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새학기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늘봄 업무를 맡는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지 못한 학교가 있다. (채용됐더라도) 업무 과중으로 일주일 만에 그만두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결국 교장·교감이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하고, 교사들이 조를 짜며 (늘봄학교 프로그램) 땜질하며 운영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가 한시적으로 늘봄 전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기백 전교조 대변인은 기자회견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기간제 교사들도 교원자격을 취득하신 분들로 수업 등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교사들이 교육활동 과정에서 (일부) 행정 업무를 겸하는 경우가 있지만 행정업무에 초점을 맞추고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