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제1헬기동에서 열린 대한민국 우주산업 클러스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오늘,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 체제가 드디어 출범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우주개발을 총지휘하는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제가 여러분과 우주산업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은 "27년까지 우주개발 예산을 1조5000억 원 이상 확대하고, 45년까지 100조 원의 투자를 끌어낼 것"이라며 "현재 1%에 불과한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45년까지 10% 이상 끌어올리고, 25만 개가 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우주산업 뒷받침하겠다더니... 항우연·천문연 주요사업비 예산 삭감
하지만 이러한 윤 대통령의 호언장담과 달리 올해 과학기술정통부 예산을 살펴본 결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을 비롯해 우주산업 및 개발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의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항우연의 연구운영비 지원예산은 2023년 약 1192억 원에서 올해 약 1002억 원으로 190억 원 이상 삭감됐다. 이중 약 118억 원이 주요사업비 예산에서 삭감됐다.
삭감된 주요사업은 ▲ 항공우주 핵심 선도기술 개발(약 26억 원 삭감) ▲우주자산을 활용한 국민체감형 기술 개발(약 24억 원 삭감) ▲타분야 융합을 통한 항공우주 신기술 혁신사업(약 3.7억 원 삭감) ▲항공우주 인프라 운영 및 사업화 지원(약 17억 원 삭감) ▲장비구입비(약 5.4억 원 삭감) 등이다. 이외에도 특별성과급 또한 약 42억 원 삭감됐다.
과기정통부 예산안은 이중 '타분야 융합을 통한 항공우주 신기술 혁신사업'이 작년 대비 약 3.7억 원 증액됐다고 표기했지만 실제 2023년도 과기정통부 예산안을 확인해 본 결과 같은 금액이 증액이 아닌 삭감되어 오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천문연의 연구운영비 지원예산도 2023년 약 679억 원에서 올해 약 550억 원으로 129억 원 가까이 삭감됐다. 한국천문연구원 또한 이중 약 104억 원이 주요사업비 예산에서 삭감됐다.
삭감된 주요사업은 ▲우주와 천체의 기원(약 29억 원 삭감) ▲천문관측인프라 개발(약 25억 원 삭감) ▲우주환경 위험대비 기반연구(약 45억 원) ▲천문우주 정보 및 지식확산(약 4억 원) ▲장비구입비(약 16억 원) 등이다.
"지속적 관심과 예산지원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에도...
위성 부품 국산화 사업, 우주분야 미래선도기술 개발 지원 사업 등 예산 대폭 삭감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이 같은 예산 삭감 이외에도 우주산업 및 개발과 관련한 예산 삭감은 더 있다.
실용급 위성 및 정지궤도 위성 체계사업에 요구되는 중점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인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사업'의 예산은 2023년 약 329억 원에서 올해 약 276억으로 53억 원 이상 삭감됐다. 자생력 있는 우주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업인 '우주개발 기반조성 및 성과확산 사업'의 예산 또한 2023년 94억 원에서 약 22억 원으로 72억 원 이상 대폭 삭감됐다.
이외에도 향후 소형위성 발사체 체계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인 '소형발사체 개발역량 지원사업'의 예산은 2023년 57억 원에서 올해 26억 원으로 31억 원이 삭감됐고 도전적‧혁신적 우주분야 미래선도기술의 선행 개발을 지원하는 '스페이스챌린지 사업'도 2023년 138억 원에서 올해 43억 원으로 95억 원이나 삭감됐다.
과기정통부 예산안에는 이러한 예산 삭감에 대한 현장의 우려도 담겨 있었다.
53억 원 이상이 삭감된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사업' 예산에 대한 '부처 건의사항'으로 "최근 우주 핵심부품에 대한 수요증가로 납기지연과 단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우주선진국의 첨단 우주기술에 대한 기술관리가 강화되고 있어 국내 유일의 발사체‧위성 핵심부품 국산화 프로그램인 본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기술했다.
이처럼 항우연과 천문연의 연구 예산뿐만 아니라 우주산업 및 개발과 관련된 사업의 예산도 대거 삭감된 와중에 "우주산업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과연 신뢰도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