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2일 오후 8시 22분]
정당의 대표가 국회의원 선거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마이크'를 통해 "우리는 총선을 이겨야 한다"고 말한 것은 선거법 위반일까?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대구광역시 달서구을 윤재옥 원내대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자당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했다. 문제는 '마이크'였다. 공직선거법 59조 4항은 '선거일이 아닌 때에 전화(송·수화자 간 직접 통화하는 방식에 한정하며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 송신장치를 설치한 전화는 제외한다)를 이용하거나 말(확성장치를 사용하거나 옥외집회에서 다중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를 허용한다. 이 조항은 마이크 사용이나 대규모집회를 열어 지지를 호소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 위원장은 축사를 하며 마이크를 사용했고, 선거운동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표현을 썼다. 다음은 주요 발언이다(아래 국민의힘 유튜브 영상 24분 45초께부터).
"여러분. 우리는 이번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이번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겨야 하는 이유는 전혀 다르다. 이재명 대표는 자기 죄로 감옥가지 않으려고 이겨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이겨야 하는 것이다.
(중략) 저는 정말 대한민국을 지켜야 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말 통진당 후예와 범죄자 연대들이 이 나라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그거 막아야 한다. 그걸 어디서 막을 수 있나. 우리밖에 없다.
(중략) 우리는 민심에 순응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하고 있는 정당이다. 민심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 그리고 민심을 아랑곳하지 않는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
(중략) 여러분,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된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하는 그런 세상 만들고 싶으신가. 그래서는 안 된다. 딱 20일 남았다.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 전체에 상식 있는 목소리가 퍼지게 합시다. 그 출발이 어디여야 되겠는가. 바로 여기다.
여러분, 저는 정치를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러분, 제가 하고 있는 어떤 정치적인 학습이라든가 정치적인 경륜, 이것의 절반 이상은 바로 한 사람한테 배운 것이다. 바로 여러분의 윤재옥이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복받은 당원들이다. 저는 오랫동안 정치인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이렇게 신중하고 사려 깊은 판단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진력 있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 물론 여기 계시는 유영하 후보님이나 권영진 후보님도 물론 마찬가지다."
마이크로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된다"
현행 법은 당선 또는 낙선 목적의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규정하되 단순 의견 개진이나 선거운동 준비행위, 통상적인 정당활동은 예외로 두고 있다. 다만 2004년 헌법재판소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도 선거운동의 개념을 충족시킬 수 있다"며 "이 경우 당선시키고자 하는 정당후보자가 특정될 수 있어야 한다(2004헌나1)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한 위원장은 윤재옥·유영하·권영진 후보 등을 특정하는 한편 '우리는 총선을 이겨야 한다,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말로 지지를 호소했다.
비슷한 사례는 이미 유죄판결을 받았다. 2021년 부산고등법원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특정정당 후보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피고인이 마이크로 "재선에 보탬이 되도록 해주면 좋겠다" "본선에 나가가지고 무난히 이길 수 있도록 격려해달라"고 발언한 사례를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운동기간 전 후보자 등이 아닌 사람은 다른 사람이 개최한 옥내 모임에서 연설·대담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확성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만해도 이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후보들을 지원방문할 때 '기자회견' 형식으로 마이크를 사용하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20일 경기도 안양시 관양시장 거리인사 때 "아직까지는 우리 선거법은 마이크를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물론 이재명 대표는 그런 거 안 지킨다.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규정이지만 (저는) 지키고 있다"며 이 대표를 저격하기도 했다.
'개소식 등 행사에서 정당 지도부 등이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발화자, 발언 내용 등 사안의 구체성을 갖고 지역 위원회가 이를 살펴본 뒤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오전 <오마이뉴스> 문의에 "한동훈 위원장의 개인적인, 정치적인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으로 보인다"며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오후 8시경 "선관위는 발언 전체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달라진 입장을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