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입구에 있는 2.6㎞ 길이의 대규모 교량이 선박과의 충돌로 무너지면서 8명이 추락했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실종됐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26일(현지시각) 오전 1시 27분께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 대형 화물선 한 대가 충돌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사고 영상을 보면 화물선 한 대가 다리의 두 교각 중 한 곳에 충돌하며 화재와 연기가 발생했고, 순식간에 다리가 무너졌다.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키 브리지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실제로 보게 될 것으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라면서 "액션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보였고 생각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밝혔다.
미 버지니아 공대 로베르토 레온 교수는 AP통신에 "적절한 보호 장치가 없는 교각이 이 정도 크기의 선박에 충돌하면 교량이 거의 버티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선박 '동력 상실' 신고받고 통행 제한... "선원들이 영웅"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포트홀(도로 파임)을 메우는 작업을 하던 인부 8명이 물속으로 추락했다. 이 가운데 2명이 구조됐고 6명은 실종됐다. 구조된 사람 중 1명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발생 초기에 볼티모어시 소방국 공보국장 케빈 카트라이트가 "최소 20명의 사람과 다수의 차량이 바다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시사한 것에 비하면 실종자가 줄었다.
폴 위드펠트 메릴랜드주 교통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인부를 제외하고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의 운전자가 물속에 빠지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공사 인부만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예비 조사 결과 사고로 보인다"라며 "테러 공격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사고 선박의 선원들이 구조 당국에 동력 문제를 알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박이 충돌 전에 동력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무어 주지사는 "사고가 나기 전 선박이 조난 신호(Mayday call)를 보낸 덕분에 교량이 붕괴하기 전에 차량 통행을 제한할 수 있었다"라며 "어젯밤 많은 생명을 구한 선원들이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교각과 충돌한 선박에는 22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으나, 모두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의 마음이 아프지만, 메릴랜드주와 볼티모어시는 이 비극을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6명 수색 중... 전문가 "구조 작업 어려워"
사고 당시 약 4900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있었던 이 선박은 싱가포르 선적의 '달리' 호로 이날 오전 1시께 볼티모어에서 출항했으며 파나마 운하를 경유해서 스리랑카 콜롬보로 갈 예정이었다.
구조 당국은 수중 드론, 음파 및 적외선 장비 등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 현장의 수심은 50m 정도이며 해가 뜨기 전 수온은 영상 8℃였다.
CNN 방송 기상 전문가 데릭 반 담은 "사고 현장의 기상 조건 탓에 구조 작업이 어려울 수 있다"라며 "현재 이 정도 온도의 물속에서 사람이 생존하는 것은 1~3시간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는 1977년 개통한 4차선 교량으로 미국 동부 해상 운송의 허브인 볼티모어항구 외곽을 가로지르고 있다. 미국 국가를 작사한 프랜시스 스콧 키의 이름을 땄다.
볼티모어 항구는 미국 동부 해안에서 통행량이 많은 항구 중 하나이며, 특히 자동차와 소형 트럭은 미국에서 13년 연속 최대 물동량을 기록했다.
바이든 "의도적 사고 징후는 없어... 볼티모어 갈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볼티모어 항구 선박 출입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된다"라며 "선박 통행을 재개하려면 (무너진 교량이 있는) 수로를 치워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은 이번 사고가 끔찍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다만 의도적인 행동이 있었다고 믿을 만한 어떤 이유나 징후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박의 선원들이 배를 통제할 수 없다고 메릴랜드 교통부에 신고했으며, 그 덕분에 당국이 선박이 다리에 충돌하기 전에 차량 통행을 막고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정부가 교량을 다시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의회가 이를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최대한 빨리 볼티모어를 방문할 계획이라면서 "볼티모어 항구는 미국의 가장 큰 해상 운송의 허브"라며 "항구가 다시 열리고 다리가 재건될 때까지 우리가 모든 단계에서 볼티모어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싱가포르 해양항만청과 대화했으며, 싱가포르 측이 미국 해안경비대를 지원하겠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