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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행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행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20대 청년들은 오로지 대입 제도만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당장 교사들부터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30%를 상회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동료 교사 몇몇이 술잔을 사이에 두고 모여 앉았다. 여당과 야당 중 누가 승리할 것인지는 화두조차 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이름을 꺼내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죄다 조국이라는 두 글자에 묻혀버렸다.

40~50대인 동료 교사들 모두 조국혁신당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차선책'이라고 했다. 조국 대표가 저지른 죄는 응당 물어야 하지만, 그의 정치적 주장에는 동의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중에는 조국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조국혁신당의 세부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입한 인사들이 마음에 들어 지지하게 됐다는 이도 있었다. 한 사람은 방송인 신장식 변호사의 오랜 팬이라고 소개했고, 이해민 오픈서베이 CPO가 찬밥 신세로 전락한 과학기술계를 정상화할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이종섭 '도주 대사' 사태 등 현 정부의 외교 난맥상을 보며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영입의 시의적절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들은 조국 대표가 1심과 2심에서 받은 실형 선고가 대법원에서 뒤집힐 일은 없을 거라고 전망했다. 만약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다면, 되레 그의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질 거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가 실형을 사는 게 그의 죄를 깨끗하게 씻는 것이고, 현 정권의 파렴치함을 더욱 선명하게 오래도록 드러낼 수 있다는 논리다.

술자리의 결론은 '조국혁신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였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지적과 이른바 '강남좌파'의 민낯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했지만, 검찰의 가혹한 수사와 언론들의 조리돌림은 누가 뭐래도 지나쳤다고 입을 모았다. 조국혁신당의 높은 지지율은 우리 국민의 가슴 속 측은지심의 발로라고 해석했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막아 세우는 유일한 방법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검찰의 내로남불 행태를 반성하고 되돌리는 것뿐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을 수용하고, 해병대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며,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숱한 의혹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에 착수하는 게 첫 단추라는 거다. 당장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면,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신기루처럼 빠질 거라 장담했다.

윤 대통령보다 조국 대표가 더 싫다?

술잔이 몇 순배 돌면서, 조국혁신당의 아킬레스건이라는 20대 청년 세대의 낮은 지지율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갔다. 40~50대는 물론, 60~70대 어르신들조차 열 명 중 한두 명이 굳건하게 지지하는데, 유독 20대 청년 세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때 수험생이었던 아이들에게 조국이라는 이름은 '악마'와 동의어였다. 십여 년 동안 대입에 다 걸기 해온 자신들의 노력을 일거에 물거품으로 만든 불공정의 화신으로 낙인찍혔다. 불똥은 입시 제도로 튀어,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다양한 적성과 재능을 지닌 아이들을 선발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켰다.

참고로, 1994년 이래 시행되어 온 수능이 학교 수업을 획일화시킨다는 비판에 휩싸여 도입된 게 학생부종합전형이었다. 기출문제를 반복적으로 푸는 게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으므로, 학교마다 국·영·수 위주의 문제 풀이 수업이 대세였다. 음악·미술·체육 등 예체능 교과는 고등학교에선 사실상 없는 과목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아이들은 조국 하면 '내로남불'과 '아빠 찬스'라는 단어만 떠올렸다. 앞에선 깨끗한 척하더니 뒤에선 범죄를 저질러 온 표리부동한 자로 여기는 거다. 오늘날까지도 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왜 시작되었고, 딸의 일기장까지 압수수색 당하며 가족이 '멸문지화'를 입었는지에 대해서 그들은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조국은 그냥 '나쁜 사람'이다.

그들이 최근 조국혁신당의 놀라운 지지율을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나쁜 사람'이 버젓이 집권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을 창당하는 것부터 그들에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로 치부된다. 그들 중에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기성세대를 향해 비도덕적이고 맹목적이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낙인 효과는 그토록 무섭다.

심지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비호감 올림픽' 놀이 도중, 윤석열 대통령보다 조국 대표가 더 싫다는 10대 아이들도 여럿이다. 왜 대통령이 됐는지 모를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대통령에 견줄 만큼 비호감 인물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그들이 결단코 용서할 수 없다는 조국 대표의 죄란 '표창장'과 '봉사 시간'이다. 
  
 입시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26
입시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26 ⓒ 연합뉴스
 
대입을 앞둔 수험생과 지금도 무한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겐 '입시 비리'만큼 중죄는 없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거부하는 것도, 영부인이 디올백을 스스럼없이 받는 일도, 또 그가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대통령 일가가 국책 사업인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에 연루된 것도 '입시 비리'에 견주면 별일 아니라는 식이다. 그들에게 대입은 인생의 향방을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도박하듯 대입에 모든 것을 거는 아이들에게 정치적, 사회적 관심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다. 이른바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조차 대입 전형에 보탬이 되는지 묻는 판국인데, 그들에게 비판적 현실 인식을 요구하는 건 씨알도 안 먹힐 이야기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드물지 않다.

오로지 대입에 매몰된 교육의 자화상

수험생들의 유일한 관심은 수능 점수를 올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다. 요즘 20대 청년들의 관심 또한 학점 관리를 잘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진로를 바꿔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입시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당장 먹고사는 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누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되든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기까지 한다.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조차 정작 정치에 대한 효능감이 없다. 미래 유능한 정치인이 되어 우리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것보다 정치 관련 유튜버가 되어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 그게 요즘의 트렌드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대입이 아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명징한 사례다.

조국혁신당에 대한 청년 세대의 비토 정서는 오로지 대입에 매몰된 우리 교육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각자도생의 가치관을 내면화한 아이들은 조국을 그들이 겪어온 고통에 대한 '분풀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이는 그들에게 입시 공부보다 더한 고통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학벌 구조가 온존하는 한, 조국은 '나쁜 사람'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조국 사태' 프레임에 갇혀있는 청년 세대를 탓해선 곤란하다. 수험생 시절 학교와 집, 학원으로 뺑뺑이 도는 그들의 숨 막히는 일상에서 입시 외엔 다른 걸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막상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한 뒤에도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삶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몸 하나 누일 집도 구하기 어렵고, 결혼도, 출산도 유예하는 현실에서 정치에 관한 관심조차 사치다.

청년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성토하던 술자리가 일순간 '자아비판'의 토론장으로 변해버렸다. 그들을 입시의 지옥으로 내몬, 최소한 공범으로서 교사들이 할 소리는 아니라는 거다. 교사들은 조국혁신당에 지지를 보내는데, 정작 그들에게 배운 청년 세대의 다수가 비토 정서를 공유하는 현실은 우리 교육에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반성하자는 말로 술자리가 파한 이유다.

#조국혁신당#입시비리#이태원참사특별법#정권심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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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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