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오전 11시 30분쯤 울산 동구 울산대학교병원 앞의 한 식당. 이른 점심이라 그런지 기자가 유일한 손님이었다. 식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모습이 TV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60대 후반의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반찬을 나르던 남자 주인은 버럭 화를 내며 윤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다.
"국민이 원해서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한다는데, 과연 국민의 의견을 들어보기는 했나, 국민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는 "병원에 오가는 손님들이 식당에 오시면 이구동성으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너무 과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해서 그런 숫자가 나왔는지 모두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잠시 후 한 손님이 들어왔고 마침 대국민 담화에 이어 안철수 후보의 인터뷰가 나왔다. 안 후보는 "대통령이 여지를 남겨 놓아 긍정적인 담화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모습을 보던 손님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한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더 나빠요. 대통령이 고집을 부리면 개선하도록 건의해야 하는데 어찌 저리 아부만 할까요"라고 말했다.
이곳 식당과 울산대병원 내부의 의견을 종합하면 병원측은 전공의 파업으로 지난 3월 8일 비상경영을 선포한 뒤 재활의학과·정형외과 병동과 안과·성형외과·심장 병동 등을 축소하고 간호사들을 타 병동으로 분산 배치했다. 일반직 직원들은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울산대학교 피부과는 거의 휴점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기자의 지인도 병동 통폐합으로 평소 항암 치료를 받던 병동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겨 항암치료중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주변 식당가도 손님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 이에 식당 주인은 "대통령이 의사들을 막다른 구석으로 몰면서 숨 쉴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 이래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 동구는 4·10 총선 선거전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후보와 국민의힘 권명호 후보, 노동당 이장우 후보 간 3파전으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어느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이 식당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난처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손님은 "울산대병원을 이용해 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의대 정원 2000명으로 울산대병원 환자들이 그만큼 혜택을 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이라며 "이번 사태가 누구 때문에 발생했나. 타협점을 찾아 해결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담화는 사태를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 들게 하는 것이었다. 며칠 안 남은 총선에서 여당 후보에게 도움이 될 리가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