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은 극단적 정치 양극화의 결과물이 될 예정이다. 야당은 정권 심판을, 여당은 야당 혹은 운동권 심판을 외친다. 온갖 심판론 사이에서 우리에게 닥친 위기와 정책을 논의할 자리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마음에 안 드는 대표를 끌어내린 뒤, 그 자리에 허수아비 대표를 세웠다. 이번 총선은 그 대표마저 밀어내고 최측근인 한동훈 위원장을 앞세워 치른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와 각을 세워 온 이른바 '수박'을 배제하기 위해서라면 공천 잡음쯤은 통과의례로 여긴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이자 성소수자인 '국민후보'를 병역기피로 몰아 '컷오프'했다. 비틀린 잣대로 이루어진 공천을 따질 겨를도 없이 총선을 맞았다.
한동훈 위원장은 직접 나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싸잡아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까지 자연스럽게 끌어온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도 극단적 대치 정국의 원인을 대통령과 여당에 돌린다. 그 사이에 정치는 사라지고 "정치 전쟁"만 있다. 지난 대선의 연장전이다. 거대양당 내부에서도 이견은 용납되지 않는다. 반드시 특정 리더 아래 단결해야 마땅하다. 당 안팎에서 "자신들의 집권만이 정의로운 것으로 고집"하며, 팬덤의 리더에 대한 '반O'은 물론 '비O'조차 적으로 규정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한국 정치의 문제를 "팬덤 정치", "팬덤 민주주의"로 이해한다. 문제의 핵심을 "대화하고 협력할 수 없는 민주주의", "혐오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로 규정한다. 팬덤 지지자들은 "특정인에게 열망을 투사하고 이를 통해 정치와 언론을 전체적으로 바꾸려는 자신들만의 정치 운동"을 펼치는 "저항하는 게릴라"를 자처한다. 대중 참여를 가장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재미와 효능감을 욕설, 조롱, 모욕과 같이 지나친 "적대감, 공격성, 배타성의 언어와 행동"에 대한 반응에서 찾고, 그에 종속된 정치인들도 '강경파'로 변모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야말로 포퓰리스트 모멘트
1 시대다.
이 책의 필자는 '당원 폭증', '입법 폭증'에도 망가진 한국 정치를 '팬덤 정치'의 기원과 성격부터 짚고 다각도로 분석하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의 민주주의로 퇴락했다"고 평가한다. 그래도 좋은 정당을 만들어야 변화가 시작된다고 역설한다. 참여사회 지난호에서 김건우 활동가가 소개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와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한다.
1.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 상탈 무페, 이승원 옮김, 2019. ↩︎ 덧붙이는 글 | 글 장동엽 참여연대 권력감시국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4년 4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