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가 일촉즉발의 대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통 채널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하고 국민들이 실질적인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략 변화가 필요합니다."
제 22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4월 3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시민평화포럼(시평포)의 공동주최로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 공약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주요 정당들이 발표한 선거공약집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 공약에 대한 시민사회 공약 평가단의 평가 및 제안으로 채워졌다. 각 정당별 정책 비전과 우선순위는 상이했지만, 평화를 위해 시민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모두 공감했다.
'무력 충돌, 전쟁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2024년 국제관계 전망' 발제에서 김학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제시한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 갈등 변화 추세를 살펴보면,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안보 환경이 점차 악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사드배치 관련 경제보복 조치,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제한, 남북한 비무장지대 (DMZ) 목함지뢰사건, 탄도미사일 등이 갈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한반도 평화에 위협적인 국가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8-19년에 북한 위협 인식이 크게 낮아졌다가 2021-23년 다시 북한과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김학재 교수는 "그간 남북한 협력과 갈등 패턴을 분석해 볼 때 북한이 남한에 대한 협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내는 것이 최선의 접근 방식"이라고 전망했다.
'우발충돌방지 방안 및 한반도 위기관리,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의 발제를 맡은 김진아 한국외국어대학교 LD학부 교수는 우발충돌 방지 방안 및 한반도 위기관리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에 대해서 발표하며, "한반도 군사위기가 고조되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는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단기-장기 목표를 잇는 중간과정에서 추진되어야 할 구체적 중점과제의 식별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또한, 각 정당이 큰 상호 차이를 보이는 점은 "지금의 위기 상황의 원인을 보는 관점에서 비롯된 해결책의 우선순위"라고 김진아 교수는 설명했다.
녹색정의당은 한반도 위기가 남북 군비경쟁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관점에서 상황 해결 방안으로서 군축과 군비통제 등을 제안한 데 반해, 북한 위협에 초점을 맞춘 국민의힘은 대북억제력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개혁신당의 '연합 기동훈련의 확대' 제안은 녹색정의당의 '대규모 연합훈련 중지' 제안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의 '9.19 군사합의이행' 제안과도 양립 불가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고 김진아 교수는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방안에 대해서는 "각 정당이 비핵화 답보 상태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고, 비핵화의 단계적 추진 원칙,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또한 상호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각 정당이 크게 차이를 보이는 점은 주변국(미일, 중러) 외교관계를 보는 관점이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제안하면서 역내 진영의 양극화 추세에 힘을 싣는 입장인데 반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한중, 한러 관계 복원 및 균형 외교 추구'라는 큰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녹색정의당 또한 '지역 동맹화 중단'을 언급하며 진영의 양극화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곧이어 이영아 시민평화포럼 활동가는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우발충돌 방지 방안 및 한반도 위기관리,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에 대한 제안들을 이어갔다. 우발충돌 방지 및 한반도 위기관리에 대해서는 첫째, 군사훈련 및 행동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강화, 둘째, 한반도 평화 구축과 우발적 충돌 방지에 관한 국회 결의안 채택, 셋째, 접경지역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위한 대책 마련과 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방안에 대해서도 3가지 방안을 제안하였는데, 첫째, 주변국과의 평화 협력을 위한 균형 외교 촉구와 의원 외교 활성화, 둘째, 제 12차 방위금분담금 협정에 대한 엄격한 심사, 셋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와 초당파 협의체 구성 등을 포함한다.
'남북관계 발전 및 인도 교류협력 및 인권 증진'의 발제를 맡은 이시종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은 남북관계 발전 비전 및 통일 방안에 있어서 각 정당별 입장이 상이함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의 입장이었던 국내 통일 의식 제고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새로운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또한 남북 간 직접 대화나 교류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 정책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녹색정의당은 남북연합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하였고, 조국혁신당은 남북관계를 외교관계로 변화하려는 패러다임 전환 시도를 확인하였지만 그 전환의 선결조건인 적대성 극복에 대한 정책적 제안은 미비하다고 평가했다.
이시종 사무처장은 인도 교류협력 및 인권 증진 의제에 대해서, "각 정당은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협력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국제사회 또는 다자 틀 속에서 남북 대화 및 교류 추진의 중요성에 공통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 접근 방식에서는 입장 차이를 보였는데 더불어민주당은 남북 간 직접교류를 전제로 한 공약이 주를 이루었고 국민의힘은 북한이탈주민, 이산·납북자 가족,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권개선 및 지원을 주요 골자로 세부적인 정책을 제시하였다고 평가했다. 녹색정의당은 환경·생태를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 정책과 프로젝트·협정의 방식으로 제도적 지속성을 갖춘 공약이 돋보였다고 언급한 반면, 새로운미래, 개혁신당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공약이나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본 남북관계 발전 및 인도 교류협력 및 인권 증진에 대해서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통일 방안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과 시각의 공유, 수렴을 위한 국회-정부-시민사회 간 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통일의 당위성만을 강조하는 현재의 통일교육을 벗어나 "화해와 평화에 기반한 '평화·통일 교육'으로 확장하여 공교육에서 다양한 상상이 논의될 수 있도록 국회가 전환을 추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권 증진에 대해서는 남북 인도·교류협력이 오랜 기간 중단되어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북한 인권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법', '남북관계발전법' 등의 법제도 개선, 독립적인 인도·교류협력 기구 설립 추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접촉 추진 등을 제시했다.
※시민사회 공약평가단
- 단 장 : 이기범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부회장
- 전 문 가 그룹 : (종 교) 강주석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사회문화)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국제관계) 김진아 한국외국어대학교 LD학부 교수
(평 화 학) 김학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남북관계) 정대진 원주 한라대학교 교수
- 시민사회 그룹 : (북 민 협) 홍상영 이사·이주성 사무총장
(민 화 협) 이시종 사무처장·김태우 부장
(시 평 포) 이태호 운영위원장·이영아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