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군의회는 8일 전남권 의대 유치 관련 성명을 내고 "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방안을 조속히 확정하라"고 전라남도에 요구했다.
군의회의 이날 성명 발표는 지난 2일 김영록 전남지사가 담화를 통해 전남권 의대 신설을 기존 '통합의대 신설' 방안에서 '단독의대 신설'로 추진 방침을 변경하면서 나온 것이다.
군의회는 "전남 의대 설립을 공모로 추진하겠다는 이번 전남도의 결정은 도민 화합과 상생 발전을 바라는 전남 서부권 지역민에게 큰 실망감을 줬다"고 했다.
공모 통한 의대 유치 건의 대학 결정... 정치적 부담 모면용
그러면서 "공모 방식으로의 전환은 전남도가 당장의 정치적 부담만을 모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밖에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런 공감대 없는 의대 유치 방안 변경은 의대 유치를 두고 동서로 양분된 (전남의) 지역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이 뿐만 아니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의 기본 원칙인 공공성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전남도정에 대한 불신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군의회는 "(여수·순천·광양 등) 전남 동부권은 이미 경제·산업 등 전반에서 목포 등 서부권에 비해 현격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번 의대 설립 문제 또한 극단의 지역 갈등만 부르고, 서부권 지역민의 생명권만 벼랑으로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30여년 만에 맞은 호기가 물거품 되지 않도록 공모 방침을 철회하고, 전남 서부권 지역민의 34년 숙원인 목포대 의대 설립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안군 목포대 의대 신설 추진 실천 본부와 사회단체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전남도의 의대 유치 방식 변경을 비판했다.
이들은 김영록 전남지사를 향해 "공모 방식으로 전남권 의대 유치 대학을 결정하는 방식을 철회하고, 목포대 의대 신설 방안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역사회와 목포대는 국립의대 신설을 위해 1990년 의대정원 80명 배정을 문교부에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34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34년의 긴 역사적 과정과 지리·환경적으로 볼 때 목포대에 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목포대 의학전문대학원 신설과 대학병원 건립' 공약,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 주도 의대 신설 타당성 용역 등을 거론하며 "목포대 의대 신설을 위한 타당성은 무수히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국 유인섬의 약 44%인 210개가 전남 서부권에 위치한 점, 섬지역 의료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점, 공중보건의 감소로 섬지역 의료체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전남도는 지난 2일 김영록 지사가 직접 나서 '전남권 국립의대' 유치 방식을 기존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에서 단독의대 유치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전남 서부권의 목포대와 동부권 순천대에 통합의대 혹은 공동의대 신설을 정부에 건의해왔으나, 공모를 거쳐 대학 1곳에 설치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쪽으로 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공모 절차 및 대학 선정은 대형 컨설팅업체에 위탁해 수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의대 신설을 건의할 대학은 ▲지역 내 의료체계의 완결성 구축 ▲도민 건강권 확보 ▲국립의대 설립을 통한 지역 상생발전 도모 등 3가지 지표를 평가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전남도의 방침 급선회 배경에는 최근 '민생토론회'를 위해 전남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유치 대학을 결정해달라'고 김영록 전남지사에 직접 주문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가 이런 방침을 발표하자 목포대는 즉각 반발했다. 의대 유치 국면에서 지난 수십년간 줄곧 전남도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번에는 거친 언사까지 동원해가면서 전남도를 맹비난했다.
박정희 목포대 의대 추진단장은 "전남지역 의료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남도가 통합의대 추진이 어려워지자 외부기관에 전남 의대 입지를 결정토록 했다"며 "이는 의료 공공성과 낙후 지역 의료공백 해소라는 도민의 뜻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단장은 "(의대 공모 관련 김 지사 담화문을 보면) 입지 선정 관련, 전남도만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매우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