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둘째가 전라도 광주에 있는 학교로 진학했다. 덕분에 가족 카톡방에는 진작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사진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강원도는 남도보다는 봄이 늦다. 하지만 아무리 겨울이 길어도 마침내 봄은 오고야 만다.
올봄엔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아내는 큰 수술을 받고 회복하느라 일 년 넘게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오늘은 원주천 벚꽃길을 달렸다. 이제는 굳이 벚꽃 명소를 찾지 않아도 시내 곳곳에서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아내와 속력을 맞추다 보면 꽃을 더 가깝게 볼 수 있다. 중간에 자전거를 멈추고 아내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는다. 오늘(10일)도 벚꽃길은 봄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올해부터 차량은 통제하는데 다행스럽게 자전거는 막지 않는다.
봄을 즐기는 많은 이들이 투표는 하고 나왔을까 궁금하다. 부는 바람에 꽃잎을 날려 보내고 개나리도 벚나무도 잎이 더 많이 드러나 있다. 벚꽃은 이번 주말이 끝물이려니 싶다. 뒤를 이어 배꽃도 피고 복숭아꽃도 피고 있다.
봄에는 꽃도 좋지만 이제 막 물이 오르는 나무에 돋는 새순도 참 좋다. 벚꽃이 지고 나면 찾는 사람도 확 줄어서 자전거 타기엔 더욱 좋다. 지구 온난화 탓인지 오월이 되면 여름처럼 느껴진다. 사월이 다 가기 전에 봄을 탈 일이다. 걷기도 좋지만 봄을 타는 가장 좋은 도구는 바로 자전거다.
4월을 말하다 보니 갑자기 떠오른 시가 있어 옮겨 적는다. 봄은 시를 읽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4월은 갈아엎는 달
신동엽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 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심저(心底),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不夜城)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연안(漢江沿岸)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