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각각 지역구와 비례를 합쳐 174석으로 과반을 넘기고, 국민의힘은 지역구를 100석도 채 얻지 못하고 90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를 합쳐서는 108석 확보 예상). 이런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하고 국민의힘은 패배했다'고 합니다(*지역구 개표율 99.88%, 비례대표 개표율 99.69% 기준).
하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지난 총선과 달라질 게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과 민주연합, 조국혁신당, 진보당을 합쳐도 187석이 예상됩니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에 필요한 200석 확보에 실패한 것입니다.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180석을 얻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지 못했고, 김건희 특검도 통과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야권 지지자들은 그토록 200석을 넘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200석을 넘기면 김건희 여사가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을 모두 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200석의 벽은 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낙동강벨트, 부울경에서 활약 못한 민주당
낙동강벨트,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에서 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5석에 불과합니다. 경남은 창원시 성산구 허성무 후보, 김해시갑 민홍철 후보, 김해시을 김정호 후보, 울산은 동구 김태선 후보, 부산은 북구갑 전재수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부산만 따져봐도 민주당은 21대 총선 3석보다 오히려 후퇴한 1석에 그쳤습니다. 부산 수영구의 경우 막말 논란으로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장예찬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민주당 유동철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부산 지역에서는 4.10 총선이 시작되기 전에는 민주당 후보들이 지난 총선과 비슷하거나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총선 중반에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과 조국혁신당의 돌풍으로 민주당 후보들의 약진도 예상됐습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지지 기반인 부산이 위험하다는 여론조사가 속속 나오자 한동훈 위원장이 직접 부산을 찾았고, 후보들도 '위기'임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보수층은 민주당에 표를 주기보다 결집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살아남은 격전지 국민의힘 후보들...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 낼까?
"그 어떤 선거보다 이번 선거가 힘들었다."
동작을에서 당선된 나경원 후보가 11일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나 후보 입장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러 차례 동작을을 방문하는 등 힘든 선거를 치렀습니다.
성남시분당구갑 안철수 후보도 민주당 이광재 후보와의 싸움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안 후보는 53.27%로 민주당 이광재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김은혜 후보도 경기 성남분당을에서 당선됐고, 경남 양산을 김태호 후보도 민주당 대선주자급인 김두관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했습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민주당 박수현 후보가 국민의힘 정진석 후보를 이겼고, 추미애 후보가 경기 하남갑에서 승리하는 등 민주당 인사들도 일정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로 꼽히는 인물들이 모두 국회에 입성하면서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은 나경원, 안철수, 김태호 후보가 한 위원장을 배제한 여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내는 등 야당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21대 국회와는 분명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4.10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 위원장이 당권을 넘어 대권을 노리며 야당과 각을 세운다면 21대 국회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