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도 올해는 건강하고 승진도 하고."
매년 4월 말, 내 생일이 되면 어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러면 어머니는 건강과 직장과 관련된 덕담을 하신다. 생각해보니 어머니와 이런 덕담을 주고받은 지 벌써 이십년은 넘은 것 같다. 그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일 미역국은 내가 먹은 게 아니라 어머니가 드셨던 건데.'
철이 들면서 어머니의 산통을 이해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도 아내의 산통을 생각하면 절로 감사하다.
4월엔 또 공감해야할 일이 있다.
3일이 되면 제주의 수많은 슬픔에 숙연해지고 16일이 되면 세월호가 생각난다. 노란색은 따뜻한 봄을 떠올리게 하지만 수많은 슬픔의 기억과 함께 간절한 염원도 담겨있다.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억하고 공감하는 것뿐이지만, 건강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건 이 작은 생각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내 생일이 나만의 것이 아니듯 누군가의 슬픔도 그들만의 슬픔이 아니라는 생각.
어느 날 내게 불행이 찾아온 순간, 나를 위해 함께 슬퍼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그런 4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끌 때 다른 사람의 행복은 커지고 슬픔은 줄어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