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
오마이뉴스에 반려견 칼럼을 쓰면서 내가 교육했던 횟수를 되돌아봤다. 1500회. 어느덧 내가 훈련사로서 반려견 방문교육을 진행한 횟수가 벌써 이만큼이었다. 생명이 아닌 기계를 수리하는 일도 참 다양한 일이 있을 텐데, 한 가정에 깊게 들어가 반려견과 보호자. 두 생명을 변화를 해야 하는 훈련사라는 직업은 정말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도 인간인지라, 전문가라는 명함과 자격을 달자 완성 되는 것이 아니다. 방문 교육을 처음 했던 훈련사일 때도 지금도 "안녕하세요, 훈련사 최민혁입니다"라고 똑같이 소개는 하지만, 과거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 할 정도로 많은 것을 경험했고 깨달았다.
그 깨달음들은 무엇일까. 개를 교육하는 방법? 보호자를 상대하는 방법? 개한테 물리지 않는 방법? 물론 그것들도 경력이 쌓이면서 높아졌지만, 확실하게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것중 한 가지는 바로 '보호자와 반려견은 닮는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개와 함께 사는 보호자이든, 일반인이든 "아, 저 사람이랑 자기가 키우는 개랑 진짜 닮았네"라고 한 번쯤은 느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보호자와 반려견은 정말로 닮는다. 자세히 살펴볼수록 재미있는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분리불안, 반려견만큼이나 보호자가
반려견 방문교육을 가면 다양한 고민들이 있고, 이 고민들은 몇 가지의 유형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너무 짖어서 고민인 짖음 문제, 반려견이 혼자 있는 것을 못하는 분리불안 문제, 상대를 공격하는 공격성 문제, 산책할 때 줄을 너무 끄는 산책 문제 등등. 몇 가지로 크게 나뉠 수 있다.
반려견을 교육할 땐 보호자에게, 반려견이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달라고 한다. 세세한 모든 것들이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감정 상태가 서로 유사한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한 가정에 분리불안으로 교육을 갔을 때였다. 자리에 앉아서 상담을 시작하자 보호자님은 대뜸 내게 포스트잇 7장을 보여주셨다. 내용은 대부분 개가 너무 짖어서 불편하다, 훈련이라도 좀 받거나 조치를 취해달라, 야간 근무라 낮에 자야 하는데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와 같은 내용이었다.
이 보호자의 반려견은 1살쯤 된 진한 갈색의 푸들이었는데, 보호자님께서 외출을 하면 불안 증상을 보이며 짖음과 하울링(늑대 소리)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집에 설치된 홈캠으로 본 장면은 포스트잇의 이웃 주민이 대번에 이해될 정도의 강렬한 짖음이었다. 보호자님도 이걸 깨닫고 이 문제를 확실히 바꾸고자 휴직까지 하시고 교육을 신청하신 상황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나는 보통 보호자의 습관을 살핀다. 그때 내 눈에 보인 것은 푸들을 자꾸 쓰다듬고 품에 두려고만 하는 보호자의 손이었다. 필요 이상의 너무 과다한 장난감과 관련 용품들이 많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예컨대, 강아지 방석이 4개나 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반려견에게 보호자의 애정이 과한 경우가 많다.
실제 외출 때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있던 보호자가 잠시 화장실을 갈 때도, 내게 음료수를 한 잔 따라줄 때도, 푸들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반려견은 정말 소중한 존재겠지만, 이 보호자님께 반려견은 소중함을 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듯 보였다. 상담을 하며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갔고, 나는 조심스레 보호자님께 말씀드렸다.
"사실은 보호자님께서 분리불안은 아닌가 싶어요."
그 말씀을 듣고는 부정할 수 없다는 듯 보호자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내가 이런 과한 애정 표현을 조금 덜 하시고, 조금씩 서로 독립을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 보호자님은 '사실 알고는 있지만 반려견이 너무 귀여워서 어렵다'라며 푸념을 하셨다.
반려견 교육은 어떤 면에선 보호자를 바꾸는 일이다. 반려견들이 보이는 불안과 흥분은 어떤 면에선 보호자가 고스란히 개들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보통 보호자님들께서 불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자기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데, 그게 하나 둘 개들에게 쌓이는 것이다.
물론 일반화하긴 어렵겠으나, 특별한 교육 없이도 안정된 반려견을 보면, 보호자 또한 차분하고 의연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느끼곤 한다. 이것은 단지 훈련사 개인의 경험에 불과할까?
개와 사람은 닮는다는 연구결과들
해외에서는 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례가 많다. '훈련사'가 아닌 '동물행동학자'들이 따로 있으니 말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훈련사들은 개들의 교육에도 적용한다. 그중 보호자와 반려견이 닮아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여기 다 옮겨 적지 못할 정도로 많다.
흥미로운 점은, 앞선 사례처럼 살면서 서로 닮아가는 것도 있지만, 애시당초 자신과 닮은 것에 끌린다는 연구도 있다는 것. 심리학자 스탠리 코랜(Stanley coren)은 애초에 자신과 닮는 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긴 머리 여성은 코카 스파니엘이나 비글과 같이 크고 긴 귀를 가진 개를, 짧은 머리 여성은 허스키처럼 귀가 뾰족하고 털이 짧은 개를 선호한다는 연구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웨덴 린셰핑대 연구진은 네이처지에 보호자와 반려견의 스트레스에 관련된 논문을 네이쳐지에 게재했다(2019.10.6).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보호자의 스트레스와 반려견의 스트레치가 장기간에 걸쳐 서로 같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낸 것이다. 이 연구에서 보호자와 반려견의 코르티솔 농도 그래프는 놀라울 정도로 대부분 유사했다.
이로써, 58마리를 대상으로 1년간 진행했던 이 연구에서는 반려견이 보호자를 닮는다는 의견에 다시 한번 힘을 싣었다. 이밖에도 사람의 표정을 보고 개들은 사람의 감정을 읽고, 목소리 톤으로도 감정을 읽는다는 연구들도 있다. 개들은 보호자의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보호자와 반려견은 왜 서로에게 영향을 받을까. 개와 인간이 처음 만난 시기는 무려 최소 1만 5천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간과 가장 먼저 만난 동물이자, 전 세계에서 인간과 가장 많이 함께 하는 동물, 개. 개들은 인간의 신호를 읽으려 끊임없이 노력했고, 인간도 그런 개들을 더욱 선택했다. 개가 함께 하는 보호자에게 영향을 받고 서로 닮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내가 많은 사람에게 자주 얘기하는 것이지만, '앉아, 엎드려' 같은 동작 말고도 평소 생활에서 보호자는 끊임없이 개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반려견의 기질과는 별개로, 만약 보호자가 평소에 불안하고, 예민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모습을 반려견에게 자주 보인다면 어떤 교육을 하더라도 반려견에 대한 고민은 계속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즉,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어떤 감정과 심리가 형성되도록 평소에 대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내 반려견의 문제들이 고민된다면, 구체적인 방법을 알기 전에 나의 모습, 또 내가 어떤 감정을 평소에 반려견에게 전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반려견들은 보호자의 거울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