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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중년의 여성을 이르는 말로, 한국에서 이 말을 듣고 기분 좋아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줌마는 사실상 '멸칭'으로 사용된다. '아줌마 같다'는 표현 안에는 온갖 부정적인 의미들이 다 붙는다. 그런데 여기, 그 사회적 통념을 바꿔보겠다며 플래시몹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한국도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말이다. 

그렇게 2017년 9월, 샌디에이고 지역의 중년 여성들로 구성된 플래시몹 댄스팀 'Ajumma EXP(아줌마 이엑스피)'가 시작됐다. 이들은 파마, 선캡, 전대 등 '아줌마 스타일'로 무장하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처음에는 한국계 미국인들을 위주로 구성됐지만, 지금은 유명세를 치러 다양한 인종의 '아줌마'들이 모여 함께 공연을 펼친다. 미국 CBS가 이들의 활동을 보도하는 등 현지 언론 등의 관심 또한 뜨겁다. 

K-아줌마의 돌풍이라 부를 만하다. 이 팀의 공동설립자이자 리더인 리앤 킴(53)을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한두 살 무렵 부모를 따라 미국에 가 한국말이 익숙지 않은 그를 위해 영상을 보고 Ajumma EXP의 팬이 된 조재호씨가 통역으로 함께했다. 다음은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2023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있었던 ajumma exp의 플래시몹.
2023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있었던 ajumma exp의 플래시몹. ⓒ ajumma exp
 
"파마는 한국 아줌마들의 헌신과 고생 상징"

- '아줌마'라는 단어를 어떻게 접했나. 팀 이름을 '아줌마'로 지을 생각을 한 이유도 궁금하다.

"한인으로 살면서, 옛날에는 자연스럽게 그 나이대의 여성들을 아줌마라고 불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단어가 안 좋은 의미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줌마가 왜 그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줌마가 자랑스럽고 당당해지기를 바라는 뜻으로 팀명을 그렇게 지었다. 우리로 인해 '아줌마'라는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 지금까지 반응은?

"다행히 아주 좋다. 플래시몹을 하면 모두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우리를 맞이해 준다. 처음에는 검색 포털에 'Ajumma'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 없었지만, 이제 우리 영상이 나온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제작하고 싶다는 곳도 있어 현재 논의 중이다. 곧 OTT에서 Ajumma EXP를 볼 수도 있을 거다. 특히 지금은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와 함께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의학 관점에서, 우리가 추는 춤이 노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연구다."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연세대학교 학생들과 사진을 찍은 리앤 킴 플래시몹 댄스팀 Ajumma EXP(아줌마 이엑스피) 리더(가운데)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연세대학교 학생들과 사진을 찍은 리앤 킴 플래시몹 댄스팀 Ajumma EXP(아줌마 이엑스피) 리더(가운데) ⓒ AjummaEXP
 
- 한인이 아닌 멤버들도 많더라. '아줌마'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어떤가.

"우리의 플래시몹 영상을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우리 팀은 아줌마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결혼, 자식, 인종, 성적 지향 등 모두 상관없다. 한인 외의 인종도 많다. 지금 우리 아줌마 멤버들은 플래시몹 팀을 넘어서 하나의 커뮤니티가 됐다. 공연 연습 이외에도 함께 만나 자주 어울린다. 미국에서도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워낙 친숙하다 보니 모두 '아줌마'에 대해서도 좋게 생각한다. 그래도 자칫 '블랙페이스(흑인이 아닌 인종이 흑인을 연기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분장하는 것)'로 비출 우려도 있다 보니 우리의 의미와 아줌마의 유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한국의 아줌마들이 왜 파마머리를 많이 하는지는 꼭 알려준다."

- 뭐라고 설명하나.

"한국전쟁, IMF 등 위기를 겪으며 당시 한국 여성들의 삶이 정말 고됐다. 낯선 외국으로 이민을 떠난 이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고생을 진짜 많이 했더라. 혼자 애도 키우고, 밥도 하고, 살림을 다 하며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 그때 긴 머리를 가지고 있을 수가 없었다.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다 짧은 파마머리를 한 거다. 파마에는 한국 여성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내 인생의 전성기는 지금... 나만의 정체성 잊지 않는 게 중요"    
 
 21일 만난 리앤 킴 플래시몹 댄스팀 Ajumma EXP(아줌마 이엑스피) 리더(왼쪽)와 통역 조재호 씨(오른쪽). 1970년대 부모를 따라 미국에 간 리앤 킴은 샌디에이고 ABC뉴스 앵커로 일한 경력이 있다.
21일 만난 리앤 킴 플래시몹 댄스팀 Ajumma EXP(아줌마 이엑스피) 리더(왼쪽)와 통역 조재호 씨(오른쪽). 1970년대 부모를 따라 미국에 간 리앤 킴은 샌디에이고 ABC뉴스 앵커로 일한 경력이 있다. ⓒ 차원
 
-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줌마'의 이미지가 여전히 안 좋다. 심지어 엄마와 벌레의 합성어인 '맘충'이라는 단어가 온라인에서 활발히 쓰이기도 한다.

"(깜짝 놀라며) 그런 단어는 처음 들었다. 그건 정말 미소지니(Misogyny, 여성혐오)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보통 '아줌마' 하면 억척스럽고 드세고 그런 이미지가 있지 않나. 왜 그런 인식이 생겼는지를 봐야 한다. 삶에 여유가 없고 짊어진 짐이 그렇다. 특히 엄마들은 애 키우랴, 남편 뒷바라지하랴, 시부모님 눈치까지 보랴 도저히 삶에서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 그래서 그렇게 급하고 과하고 이런 모습이 드러나는 거다. 이런 점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 활동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거나 하는 지점이 있나.

"물론이다. 꼭 나쁜 쪽이 아니라도 나이 드신 분들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런 게 모두 사라졌다. 어떤 세대나 성별로 누군가를 규정하기보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이 중요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샌디에이고에 사는 다른 한인들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더 알아보려고 열심히 활동 중이다."

- '아줌마가 되는 게 두렵다'는 이들도 있는데,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래도 결국 아줌마가 된다(웃음). 나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20대, 30대보다 50대인 지금이 더 즐겁고 행복하다. 내 인생의 전성기는 현재다. 행복한 일들도 정말 많다. 젊었을 때는 결혼, 취업 등 정말 많은 압박이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자유로워졌고, 지혜도 생겼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지 않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챙길 줄 아는 것'이 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아무튼 나의 경우는 지금이 가장 좋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Ajumma EXP의 활동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궁금했다. 멤버들이 모두 할머니가 되면 할머니 혹은 할매 EXP로 팀 이름이 바뀌는 것이냐 물으니 리앤은 크게 웃으며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으나, 안 될 거 없지 않나. 정말 우리가 그런 이름을 쓰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Why not!"이라고 답했다. 또 나중에 한국에서 플래시몹 공연을 펼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그런 날이 오기까지 Ajumma EXP,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줌마들을 응원한다.   

#리앤킴#아줌마#AJUMMAEXP#플래시몹#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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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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