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교권 보호 필요성 목소리는 교사들을 옥죄는 손톱 밑 가시로 거론됐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져 왔다. (중략) 학생인권조례 폐지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애써주신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님, 최호정 (국민의힘) 원내대표님께 감사드린다."
26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주도한 김혜영 국민의힘 시의원은 '폐지안' 찬성 발언 시간에 이렇게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를 '교사 손톱 밑의 가시'로 규정한 것이다. 김혜영 시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본회장에서는 "잘했어"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사들 "우리가 교사 권리 보장해달라 했지, 아이들 권리 빼앗으라 했나"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폐지 의결 소식이 알려지자 정작 교사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다", "괴물들"이란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한 교사는 "우리가 교사 권리 보장해달라고 했지, 내 아이들 권리 빼앗아 달라고 했느냐. 이 나쁜 ○들아!"라고 적었고 또 다른 교사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생겼다"고 적었다.
또 다른 교사는 "이 자들에게 인권이란 무엇일까? 시대가 한꺼번에 너무 후퇴하니 어지럽다"면서 "괴물들을 시민의 대표라는 자리에 앉힌 결과 치고는 너무 잔인하다. 이런 어른들과 의원들을 둔 나라에 태어나서 오늘도 입시와 성적으로 스스로를 자학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한정 없이 부끄럽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어떤 교사는 "이 분들(서울시의원들)은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걸 모르나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밖에도 아래와 같은 교사들의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교권 아니면 학생인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낳은 결과다."
"폐지가 아니라 일부 수정을 하든지 하면 될 것을... 괜히 우리(교사들)가 더 욕먹게 생겼다."
"학생인권조례가 어떤 무슨 문제를 야기하기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단 한 명도 반대하는 이가 없었던 걸까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면서, 출산율 반등을 이루겠다는 서울시의회는 정말 생각이 있기나 한 걸까?"
이날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김혜영 시의원의 찬성 발언 직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현기 의장에게 "교육감으로서 발언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교육감, 의견이 있으면 재의 요구 등 규정에 따라 하면 된다. 안건에 대한 발언은 의원들만 하게 돼 있다"면서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조희연 "과거 지향 말고 미래 지향... 이 말 하려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싶었던 말에 대해 교육언론[창]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시의원님들이 학생인권에 대해 과거 지향적 방향으로 가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주길 바란다. 2021년 서울시 의회 30주년에 학생인권조례를 10대 조례에 선정하고 축하했던 의회가 이런 조례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하려고 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2021년 지방의회 부활 30년을 맞아 '서울시민의 삶을 바꾼 서울시의회 조례 10선'을 발표했었다. 이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들어 있었다. 선정 사유는 "서울시교육청 조례 중 최초로 주민청구에 의해 제정된 조례"라는 것.
하지만 26일, 서울시의회는 항의의 표시로 불참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두 빠진 채 국민의힘 시의원 60명이 참석해 60명이 모두 찬성하는 방식으로 학생인권조례를 폐기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조례 폐기 뒤 '서울시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다음처럼 적었다.
"지금처럼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 구도로 몰아가면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학생과 선생님의 편을 가르고 모든 책임을 오로지 학교에 떠넘기는 아주 쉬운 방법일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