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유일하게 A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맞벌이 가정 아동들을 위한 초등 방과 후 학교돌봄터 간식 지원사업'이 부실 논란으로 중단됐다.
대전 유성구청과 A초등학교 돌봄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운영해 오던 방과 후 돌봄터 참여 아동에 대한 간식 지급이 지난 24일부터 중단됐다.
앞서 유성구는 지난 2022년부터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온종일 돌봄을 하는 학교돌봄터를 A초등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학교돌봄터는 초등학교에서 운영 중인 '돌봄교실'과 달리 학교는 돌봄 공간만 제공하고, 운영과 관리는 지자체가 맡는 새로운 협력 방식이다. A초등학교는 대전 제1호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학교돌봄터를 운영하는 곳이다.
당시 정용래 구청장은 "이제 아이 돌봄과 교육은 가정과 학교가 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몫"이라며 "대전의 첫 학교돌봄터 개소로 온종일 돌봄을 선도적으로 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학교돌봄터를 신청한 학생은 112명이다. 대전교육청과 유성구는 올해 이 사업에 위탁돌봄업체 용역비와 급식 및 간식비로 4억 5400만원(급식 및 간식비 1억 26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지난해는 60명의 학생이 신청했고, 2억 4040만원(급식 및간식비 2796만원)을 지원했다.
간식비는 한끼 4400원으로 유성구에서 2500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1900원은 학부모가 부담하는 구조다. 지난 3월까지는 하루 간식비가 4000원(유성구 지원 2500원, 학부모 부담 1500원)이었으나 업체 측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인상을 요구해 지난달부터 400원이 인상됐다.
딸기 한 알과 빵 조각 한 개가 전부... 질과 양 모두 낙제점
그런데 지난달부터 오히려 간식의 질이 매우 낮아졌다는 민원이 나왔다.
학부모들의 민원에 따르면 급식의 질은 낮았고 양은 적었다. 제보 사진을 보면 4월 어느 날의 간식은 튀김류 3조각에 과자와 음료수였고, 또 다른 날 간식은 딸기 한 알과 조각 빵 1개, 음료수가 전부다. 그나마 딸기는 무른 상태였고 상한 부분이 도려져 있었다. 스파게티를 주는 날에는 면이 불어 있었고, 소스조차 없어 먹을 수 없었다는 민원이 있었다.
떡은 딱딱하게 굳어 먹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오렌지 10조각과 약간의 시리얼을 30명의 학생에게 나눠줬다는 증언도 제기됐다.
A초등학교 돌봄운영위원회는 민원이 끊이지 않자 지난 24일부터 학생들에 대한 간식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 25일에는 유성구청과 운영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 돌봄 운영위원들은 유성구청에 대해 간식 질 저하 문제는 물론 유통기한과 위생 점검, 조리사 자격증 소지 여부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실태 점검을 요구했다. 또 간식 문제 외에도 돌봄 수업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민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유성구청 관계자는 "간식 제공업체 대표가 '지난달부터 조리원이 바뀌면서 급식이 질이 크게 낮아졌는데 제대로 검수를 하지 못했다'며 질 낮은 간식을 제공한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실과 논의해 급식 제공업체와 위탁 돌봄 업체에 대한 감사를 벌여 민원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위법부당한 일이 확인될 경우 강도 높은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학부모는 "관할 구청에서 수시로 점검했다면 장기간의 부실 운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할 때까지 적절한 지도점검이 없었다는 점에서 답답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