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4남매가 9박11일 동안 이탈리아를 자유롭게 여행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씁니다.[기자말] |
로마행 비행기 출발은 4월 11일 오후 12시 30분이었다. 지방에 사는 나는 9박 11일 간의 여행에 컨디션 조절을 위해 전날 올라와 공항 근처에서 하루 묵었다. 그리고 아침에 여동생을 만나 출국장에 들어갔다.
요즘 비행기 체크인은 모바일로 가능하다. 출국 이틀 전에 모바일 체크인 오픈,이라는 알림톡이 왔다. 모바일로 체크인을 해 놓으니 줄 서서 기다릴 필요없이 짐만 인계하면 되므로 수속이 간단하다.
이번 동생들과의 여행에서 내 개인적인 목표는 여행 어반스케치를 해 보는 거였다. 그래서 출국장과 비행기 안, 로마와 나폴리의 숙소, 기차 안에서 틈나는 대로 스케치를 했다. 11일 동안 7개를 그렸는데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결과물을 남겨왔으니 나름 뿌듯하다.
13시간의 비행 끝에 석양이 물들고 있는 로마에 도착했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는 뉴욕에 사는 남동생이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로마 시내까지 가는 교통편은 공항철도와 버스가 있는데 테르미니역까지만 간다. 바티칸 쪽에 숙소가 있는 우리는 세 명인데다 짐은 무겁고 더구나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기다리고 있어서 택시를 탔다. 공항택시 정거장에는 시내까지 50유로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기사분에게 주소를 건네주고 창밖을 구경하다 보니 30여 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건물 6층에 오르자 활짝 문이 열려진 집에서 호스트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녀는 집 여기저기를 소개해 주고 세탁기 사용법과 쓰레기 버리는 법 등을 알려 주었다. 호스트가 돌아가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막내가 도착해 무사히 4명이 다 모였다.
한국과 미국과 영국에 흩어져 살면서 더구나 각자 가정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로마에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했다. 그건 아마도 3년 전에 셋째를 잃어 5남매가 4남매로 남게 되면서 슬픔과 안타까움이 만든 일일 것이다. 그렇게 기나긴 하루가 저물었다.
로마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아침, 날은 화창했고 하늘은 맑았다. 낯선 잠자리와 여행의 설렘에 일찍 잠이 깬 우리는 가져 간 밥과 반찬으로 아침을 먹었다. 빵이 주식인 유럽의 에어비앤비 부엌에는 압력밥솥이 없고 젓가락도 없다. 그래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밥을 가져가야 하고 젓가락도 챙겨야 한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거리로 나오니 동네는 8층 높이의 아파트들로 둘러 싸여 있다. 그리고 현지인들의 일상이 보였다. 아파트 앞에는 커다란 쓰레기 수거함이 종류별로 서 있고 엄마 손을 잡고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귀여운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로마 여행 첫날 우리의 목적지는 성 베드로 성당이다. 지도를 찾아보니 숙소에서 목적지까지는 도보로 35분 거리다. 더구나 성 베드로 성당은 무료이고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유롭게 아침을 시작하고 싶은 우리는 눈에 들어오는 동네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로마의 동네 카페에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아메리카노나 아이스커피가 메뉴판에 적혀 있지 않다. 그래서 에스프레소나 카페라테, 카푸치노를 먹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카페에서는 한 번도 주문한 적이 없는 에스프레소를 이탈리아에서는 매일 마셨다.
에스프레소의 원조인 나라에서 먹는 에스프레소는 맛이 좋기도 하거니와 가격이 착하다. 보통 동네 카페는 1.5유로(2,200원), 관광지 카페는 3유로(4,400원)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카페문화가 일상이 되었지만 가격은 만만치 않은데 그에 비하면 이탈리아의 카페는 부담이 없었다.
동네 카페에 앉아 한 모금 정도 밖에 안 되는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리고 있자니 현지인들이 들고 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은 대부분 카운터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하고 설탕 한 봉지를 넣고 휘휘 저어서는 한 입에 마신 후 물로 입가심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 동안 주문하고 서서 마시고 나간다. 그게 보통의 이탈리아인들이 커피, 아니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방법인 것 같다.
우리는 여행 중 하루에 두세 번은 카페에 들어 갔는데 - 특히나 화장실이 없는 관광지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카페에 가게 된다 - 동네 카페든 관광지 카페든 에스프레소는 어디나 맛있었다.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반도 안 되는 적은 양의 원액 커피, 거기에 설탕을 넣고 한 모금 마시면 쓴맛과 단맛이 묘하게 어우러져 기품 있는 맛이 난다. 중독성 있는 그 맛 때문에 자꾸 찾게 되는 것이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다.
카페 주인에게 맛있게 먹었다고 "그라찌에" 고마운 인사를 하고 "챠오(안녕)"라는 인사가 오면 같이 "챠오" 하면서 화창한 봄날 아침, 처음 걷는 거리의 설렘을 안고 성 베드로 성당으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제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