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경운동연합,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은 2024년 백로 집단번식지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3월과 4월에 거쳐 청주 송절동 백로 번식지, 전주의 건지산 일대와 효천지구, 대전의 카이스트 구수고개 백로 번식지를 공동으로 답사했다.
답사 이후 지역의 백로 번식지 갈등 문제 유형과 공론화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지역별로 접근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진지의 백로문제 해결방안을 참고하기 위해 4월 22~26일 홋카이도 백로 번식지와 서식지를 보호하는 시민을 만났다. 이번 프로젝트는 환경재단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와 사랑의 열매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첫 번째 찾아간 곳은 마이즈루 유수지였다. 나간마쵸에 있는 유수지는 과거 백로와 철새들이 찾아왔지만 습지를 메워 농경지를 만든 곳이다. 농경지가 만들어지면서 철새들은 사라지고, 치토세 강가의 범람 피해가 가중되고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하나 있다. 2012년 마이즈루 유수지 조성 과정에서 범람을 막기 위해 하천을 직선화하고 제방을 쌓는 방안 대신에 나가누마쵸 지역에 빗물그릇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홍수가 발생하면 빗물이 모이는 유수지는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나가누마조에는 치토새강의 직강화를 막기 위해 총 6개의 유수지(저류지)를 만들었다. 저류지의 경우 홍수예방을 위해 조성된 기본적인 목적은 같다.
강 범람 막기 위한 유수지 정책
지난해 수해 대응을 위해 전국적으로 대규모 준설을 예고 하는 국내와는 전혀 다른 선택이다. 준설이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홍수 대비 정책 전환의 다른 모델이 될 수 있다.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한 6개의 유수지 정책은 지금이라도 당장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에 일부는 공터로, 공원 체육을 위한 경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범람도 막고 공공의 부지도 확보하는 유수지 정책은 여러모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도 유수지와 저류지 등이 있지만 규모가 작다. 대규모 유수지를 활용한 하천관리 방향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6개 중 하나의 유수지인 마이즈루 유수지는 생태보전을 위한 선택을 했다. 생태계 보호를 테마로 한 활용 방안은 마을 주민이 결정했다. 주민들이 두루미들의 서식처가 있었던 과거를 회상하고,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두루미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공용부지를 생물 서식 공간으로 주민들이 조성하고자 했다는 것 자체가 국내와는 상황이 매우 다른 측면이 있다. 공용공간을 생태공간으로 내어주는 자세 역시 배울 부분이 많다고 생각된다.
이런 논의 과정에서 두루미가 올지 알 수 없어 고민도 했지만 주민들이 생태적 활용을 원하고 결정했다. 주민들은 두루미를 유도하기 위해 4개의 활동을 했다. 첫 번째는 유수지에서 두루미가 둥지를 틀 때 사용하는 언덕 만들기였다. 유수지는 폭우에 물을 저장하는 곳이기 때문에 두루미가 여기에 그냥 둥지를 틀면 물에 잠길 가능성 있어 언덕을 만들어서 둥지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했다.
두 번째는 월동기에 두루미가 물 마시는 장소를 만들었다. 겨울에는 눈이 덮혀 먹이 활동이 어려워 두루미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거나 먹고 물 마시는 곳을 만들었다. 세 번째는 전선에 색을 입혀서 두루미가 부딪히지 않도록 준비했다. 쿠시로에서 두루미가 사망하는 사고를 확인하고 마이즈루 유수지에서도 부딪히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네 번째는 유수지 안에 미국 너구리가 두루미 새끼를 공격할 가능성 있어서 대책을 세우는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에 완공되고 나서 습지로서 기능을 하자 다양한 새들이 찾아왔다. 2016년부터 매년 1쌍의 두루미가 번식했다. 주민들은 생태적인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유수지의 생태보전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번식된 두루미의 가족은 인근지역으로 번식지를 확장해가고 있었다.
국내에서 직강화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대규모 준설까지 진행하는 사정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유주지를 조성해 홍수도 예방하고 생태계도 공간도 넓혀가는 정책적 변화가 부러울 따름이다. 대전시도 현재 대규모 준설을 예고하고 있다. 효과도 없는 준설보다는 대규모 유수지 조성이 미래의 정책 방향이라는 점을 마이즈루 유수지의 사례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집단번식지나 월동지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도 이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곳 습지에는 왜가리와 중대백로만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다양한 백로가 찾아오지만 우리나라보다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왜가리 정도만 찾아오는 것으로 보인다. 왜가리가 마이즈루 유수지 등을 채식지로 이용하고 있을뿐 집단번식지의 문제는 없었다.
다만 집단으로 월동하는 기러기가 보리의 싹을 먹으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생태적으로 찾아오는 지역이 농사가 잘 된다는 일부 연구를 토대로 쫒아내거나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개체수의 증가가 다른 피해로 나타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새들은 사살이나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적절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1쌍의 번식을 진행하고 있는 두루미를 확인했다. 알을 품고 있는 두루미의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국내에는 철원 일대에 월동만 하기 때문에 번식하는 모습을 확인 할 수는 없다. 알을 품는 두루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이즈루 유수지의 존재 가치는 충분히 입증되었다.
왜가리와 백로를 위해 조성한 습지는 아니지만 현재 함께 이용하는 습지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자연을 토대로 다규멘터리를 제작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자연에 공간을 내어준 주민들에 화답하는 이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배울 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