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교직 생활과 학생 문예창작교육에 힘써온 배창환(69) 시인이 자신의 고향인 성주에서 '시(詩)의 고향'을 주제로 시화전을 연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경북 성주군 수륜면 수륜중학교에서 열리는 시화전에는 시화 액자와 족자, 목판 시화, 서각 등 27편이 전시된다. 그림과 글씨는 서화가 김선옥, 시인이자 서예가인 김성장, 시인이자 문인화가인 김윤현, 화가 박미향, 시인 박서희, 화가 백종환, 목판화가 조윤화 등이 작업했다.
성주가 고향인 배 시인은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천 영동고, 대구 경화여중·고, 성주 벽진중, 김천여고, 경주여고, 포항 장성고, 상주여고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문예창작교육에 힘썼다.
1981년 '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한 시인은 <잠든 그대>, <다시, 사랑하는 제자에게>, <백두산 놀러 가자>,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겨울 가야산>, <우리들의 수업 풍경>, <별들의 고향에 다녀오다>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또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소례리 길>등의 시선집도 냈다.
'분단시대' 동인으로 활동해왔으며 '성주문학회' 창립 고문, '대구작가회의' 초대 대표,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지냈고 대구시인협회상, 작가정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화전을 열면서 "내 시의 발상지이자 원천은 흙이고 고향 산천"이라고 밝힌 시인은 "고향인 성주를 떠나 대구로 나간 후 오래도록 변두리에서 자랐지만 결코 '도시인'으로 귀화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신 나는 흙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었고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 흙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배 시인은 자신이 다녔던 수륜초등학교까지 십리 등하굣길에 만났던 가야산을 '큰바위얼굴'로 표현하며 "고향에서나 고향을 떠나 살 때나 내 삶의 매 순간을 비추는 '거울'이고 '채찍'이었으며 내 등을 따뜻하게 두드려 위로하고 일으켜 세워주는 커다란 '손'이었다"고 기억한다.
이번 시화전의 주제를 '시의 귀환'으로 정한 것도 마치 오래 전 어느 때부터 미리 생각해둔 것처럼 느꼈던 큰바위얼굴인 가야산을 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자신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배 시인이 시화전 장소로 선택한 수륜중학교도 남다르다. 전교생이 30여 명에 불과하고 학생들의 40%가 다문화 학생인 농촌의 작은 학교이지만 문화예술 중심의 방과후 프로그램과 학생 주도형 동아리 및 체험활동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으로 교육부가 선정한 '참 좋은 학교 16개교'에 이름을 올렸다.
시인은 자신의 시화전에 초대할 첫 번째 손님으로 자신의 후배 학생들을 꼽았다. 그는 "이들도 나처럼 가야산과 대가천을 마음 깊이 품으며 살아왔다"며 "학교의 주인이면서 내일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갈 나의 후배 학생들이 가장 귀한 손님"이라고 말했다.
시화전 첫날인 31일 오후 3시 30분부터 시 낭송과 음악 공연 등 개막행사가 진행된다. 시인은 이번 시화전에서 판매되는 시화 액자와 족자 등의 수익금을 고향 후배들에게 책과 장학금으로 기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