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유력한 2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대통령의 사적인 이해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상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입법조사처는 이날 <대통령 법률안 재의요구권의 헌법적 한계> 보고서에서 "국가기관의 권한에도 당연히 헌법상 한계가 있다"며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이라 해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헌법이 명시한 법률안 재의요구권에 대한 한계는 '이의서' 첨부, 법률안의 일부 또는 수정한 내용으로 재의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 것 등 헌법에 명시적으로 담긴 부분도 있지만, 헌법 해석상 드러나는 '헌법 내재적 한계'도 있다.
헌법 내재적 한계의 유형은 이해충돌금지원칙과 권력분립 원칙,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 등이다. 이해충돌금지원칙은 국가영역의 공공성이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각 나라마다 조약이나 법률로 구현되어 있으며 한국도 이해충돌방지법을 시행 중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대통령의 사적인 이해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상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또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은 어디까지나 헌법이 정한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견제를 위한 장치"라며 "소극적인 제재권"으로 규정했다.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행사하게 되므로 '삼권분립' 원칙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특히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행정부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현실에서 법률안 거부권마저 확대된다면 권력분립원리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헌적 거부권, 탄핵사유란 입장도..." 윤 대통령의 선택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도 있다. 거부권 행사는 그 자체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이러한 헌법상 의무를 벗어나는지 여부에 따라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갈린다. 보고서는 "헌법적 한계를 넘어서 행사된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은 권한쟁의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며 "법률안 재의요구권 행사가 위헌적인 경우 탄핵사유가 된다는 입장도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어떤 국가기관도 헌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대통령도, 국회도 모두 그 권한행사를 통해 헌법해석행위를 하는 것이므로 최선을 다해서 헌법에 부합되는 권한행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입헌주의와 의회주의가 모두 존중되도록 하는 지혜로운 헌정운영이 필요하다고 하겠다"며 "사법적으로 통제받는 방식보다는 정치적 지혜가 전통이 되고 원리가 되는 대한민국 헌정사를 기대한다"고 끝맺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등에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1월 5일에는 자신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각각 수사선상에 오른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의 재의를 요구, '방탄용 거부권 행사'라고 비판받았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실의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다루는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분위기다.
이 경우 10번째 거부권 행사로, 윤 대통령은 스스로 세운 '역대 최다 거부권 행사' 기록을 경신한다.
[관련 기사]
시행령 통치 다음은 '거부권'... 거듭 충돌하는 정부와 국회 https://omn.kr/20rdx
윤 대통령 쌍특검 거부권 행사... "가족 방탄 위해 국민과 대결 선택" https://omn.kr/26z4k
가족만 위한 대통령... "공익실현의무 위반, 박근혜 탄핵사유였다" https://omn.kr/26zc9
이태원 특별법 거부한 대통령, 최다 거부권 기록 또 깼다 https://omn.kr/279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