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서 배달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A씨. 그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환급 안내문자를 받았다. 처음엔 단순 보이스피싱으로 생각했던 A씨는 국세청 홈텍스 126으로 직접 확인했다. 인공지능(AI) 상담사였다. 그는 상담사의 안내대로 환급절차를 진행했고, 돈을 돌려받았다. A씨처럼 돈을 돌려받은 노동자가 618만 명이나 된다. 금액으로만 따져도 1조5000억 원.
이처럼 전화를 통한 세금 상담이 앞으로 더 좋아진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같은 통화 자체가 어려웠다. 10번 가운데 2번정도 통화가 이뤄졌으나, 이번달 기준으로 통화 성공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 상담 건수도 작년 평균 31만건에서 84만건으로 크게 늘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결은 국세청이 21일 공개한 'AI 홈텍스' 서비스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세금 상담서비스다. AI 상담 시스템이 공공부문에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
국세상담 80억 비용을 4억으로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을 보니...
특히 매년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으로 일반 자영업자를 비롯해 직장인 등도 세금업무로 바쁜 시기다. 국세청은 AI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서, 국세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종합소득세 신고 방법부터, 신고 내용 수정 등 단순한 궁금증은 AI 상담사가 바로 해결해준다. 2백만건이 넘는 과거 상담자료와 세법, 판례 등을 AI 상담사가 습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종시에서 음악학원을 운영중인 B씨도 소득세 신고기간에 AI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세무관련 정보를 문자로 받아, 쉽게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김국현 국세청 정보화관리관은 "국세 상담을 위해 상담원 1000명을 증원하려면 예산이 최소 80억 원은 들어간다"면서 "AI 기술을 이용하면 약 4억 원으로 해결할 수 있어, 예산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홈텍스 서비스는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정부는 예산을 줄이고, 민간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민관 협력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온라인 국세 신고·납부시스템인 '홈택스'에도 AI 시스템을 적극 도입한다. 예산도 300억 원이 투입된다. 국세청은 올해를 'AI 국세행정'의 원년으로 삼고, AI를 이용한 국세행정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AI 국세상담'의 대상을 확대하고, 더 많은 상담 사례를 학습해 상담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 납세자가 원하는 정보도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수 있도록 검색기능도 도입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세금 신고서를 모두 채워주는 모바일 원터치 간편 신고 서비스도 대폭 확대한다.
국세청은 그동안 김창기 국세청장 취임 이후 '사용자 중심 홈택스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말정산 일괄제공, 배달라이더 환급금 안내 등 서비스를 개선해왔다.
김국현 정보화관리관은 "내년 초를 목표로 새로운 AI 홈텍스 개통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납세자 입장에서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꼈던 세금관련 업무가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