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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해외 직구 플랫폼인 테무의 모습. 티셔츠(왼쪽)나 운동화(오른쪽)가 국내 유통 채널의 상품들보다 대략 5~10배 싼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23일 해외 직구 플랫폼인 테무의 모습. 티셔츠(왼쪽)나 운동화(오른쪽)가 국내 유통 채널의 상품들보다 대략 5~10배 싼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 테무 캡처
 

"알리나 테무에 들어가보면 티셔츠가 5000원이고 운동화가 2만원이다. 나이키 모방상품이 진품보다 10배 더 싸다. 이미테이션(모조품)이 팔린다는 건 없는 자들이 아우성친다는 뜻이다. 서민들이 이번 '해외 직구 금지' 논란에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봐야 한다." -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방침을 둘러싼 논란 이면에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 대응의 초점이었던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알리)나 테무가 새롭게 떠오르는 전세계 '직구(직접구매)' 플랫폼인 건 맞지만, 이들이 국내에서 각광받는 기저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가성비를 따지는 '불황형 소비' 현상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지난 23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초초저가' 물건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 당장 구매력이 약한 서민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며 "이것이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알리와 테무에서 문제가 된 모방상품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서민들이 이미테이션을 찾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라며 "직구 플랫폼이 소위 '브랜드' 제품에 대한 가난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측면을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22년 5조 3천억→ 2023년 6조 8천억
해외 직구액 1년만에 28% 급증, 왜?

 
 중국 최대 쇼핑 시즌 '광군제'를 앞둔 지난 2022년 11월 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해외 직구 대형TV가 쌓여 있다.
중국 최대 쇼핑 시즌 '광군제'를 앞둔 지난 2022년 11월 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해외 직구 대형TV가 쌓여 있다. ⓒ 연합뉴스
 
SNS로 '초연결'된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계층과 상관 없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이같은 불황형 소비가 강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세계가 SNS로 연결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쿄나 서울, 호치민, 뉴욕의 라이프스타일이 균질화되고 있다"라며 "특히 MZ세대의 경우 '왜 우리는 저들과 가격이 다른가, 왜 우리는 저 제품을 못 사나'하는 불만이 크다"고 했다. 서 교수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이미 직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이번 정부 방침을 보며 담당 고위공무원들 중 과연 알리나 테무에서 쇼핑을 해본 사람이 있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소비자들이 화가 난 건 비슷한 상품의 가격차가 5배 이상이나 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운반비나 통관비를 고려해 2배 정도까지만 차이가 났더라도 소비자들이 이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현재 알리와 테무에서 파는 옷이나 신발은 네이버쇼핑 등 국내 유통 채널에 올라온 상품보다 대략 5~10배 싼 수준이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주변 관계집단과의 상대적 비교에 민감한 중장년들도 골프 등 레저용품을 직구해 트렌드를 따라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경향이 보인다"라며 "불황이 이어지는 한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해외 직구액은 6조 8000억원으로, 1년 전(5조 3000억원)에 비해 28.3%나 증가했다.
 

#직구#직구금지#알리#테무#고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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