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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 OO 방향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 띠리리리..."

신호등 앞에서 이같은 소리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신호등의 음향신호기다. 이 신호기는 시각장애인의 신호등 보행에 도움을 주는 필수 장치다. 그런데 이 음향신호기를 시각장애인들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유명무실한 음향신호기

음향신호기를 누르고 기다리면 녹색불이 켜질 때 건너가라는 안내음성과 귀뚜라미 울음소리(동서방향 가로의 경우)가 나온다.

그러나 신호등 녹색불이 유지되는 잔여시간은 음성으로 나오지 않는다. 비장애인들은 잔여시간을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그렇지 않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향신호기인데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음향신호기가 고장난 경우가 있고, 음향신호기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는 경우 또한 문제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태릉효성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 앞에 위치한 신호등 음향신호기.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태릉효성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 앞에 위치한 신호등 음향신호기.
ⓒ 이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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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서 살고 있는 중증 시각장애인 김필우씨는 "신호기 버튼을 찾아 헤매는 일이 많아 어렵다"라며 "버튼이 있어도 고장난 경우도 많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선천성 녹내장으로 인해 오른쪽 시야로 사물을 조금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장애를 갖고 있다. 

김씨는 회사가 위치한 강북구 신호등에 신호기가 고장나 김씨의 배우자가 구청에
민원을 넣어 고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또 집 앞 신호등에 신호기가 없어 이 역시 민원을 넣어 설치했다고 한다. 김씨는 "음향 신호기 앞에 전동 킥보드가 주차돼 있거나 다른 사람이 가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호가 깜빡 거릴 때 고민하다가 못 건넌 적도 많았다"라며 "신호등 초록불의 잔여시간이 음성으로도 안내되면 건널지 안 건널지 정확하게 정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신호등 리모컨 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신호등 리모컨을 따로 누르지 않아도, 휴대폰 앱 등으로 개발돼 나오면 좋을 거 같아요. 휴대폰으로 눌러서 바로 찾을 수 있으면 훨씬 편리할 거 같아요."
 
 음향신호기 앞에 장애물들이 있는 모습.
 음향신호기 앞에 장애물들이 있는 모습.
ⓒ 이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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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향신호기 앞에 장애물들이 있는 모습.
 음향신호기 앞에 장애물들이 있는 모습.
ⓒ 이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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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서서히 반영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

각 지역별로 음향신호기를 개선해 나가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대구광역시는 지난해 시각장애인 및 교통약자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지능형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를 도입했다. 지능형 음향신호기는 디지털 방식의 음향신호기로 고장 여부 및 작동상태 등을 원격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고, 음향 크기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재 대구광역시는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를 2878대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558대(19%)가 지능형 음향신호기다. 

부산광역시는 음향신호기를 직접 가동하지 않아도 시각장애인용 리모컨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격으로 가동할 수 있는 음향신호기를 설치하고 있다. 원격관리는 부산경찰청의 교통신호운영실이 맡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서울특별시는 올해부터 신호등의 잔여시간 음성 기능을 시범 운영 중이다. '언제부터 잔여시간 음성 기능이 도입되느냐'는 질문에 다산콜센터 관계자는 "현재 정부서울청사 교차로 앞에서 규격을 제정하기 위한 시범 운영 중이고, 시범 결과를 토대로 경찰청에서 심의를 통과한 후 확대 설치할 예정"이라며 "빠르면 내년 1월 정도에 확대 설치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그 외 지역이다. 몇몇 지자체의 움직임은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만 편의를 제공할 뿐이다. 지자체 차원이 아닌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때다.

#시각장애인#이동권#음향신호기#잔여시간#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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