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대오에 함께해주셨다."
이변은 없었다. 이탈 표는 많지 않았고,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은 부결·폐기됐다. 처음부터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제가 원내대표 입장에서 숫자에 관해서 이런저런 해석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면서도 "다만 우리 의원들께서 뜻을 함께해주셨다"라고 평가했다.
추경호 "총의 모아 당론 결정... 의원들이 뜻 함께해줬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부결 직후, 잠시 정회된 사이 추경호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의사일정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강행된 본회의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채상병 특검법 관련해서, 지켜보신 대로 재의 요구가 와서 부결됐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제가 구체적인 평가는 하지 않겠다"라면서도 "늘 의원들과 이 문제를 상의하고 그동안 많이 말씀을 나눈 그 결과대로 우리 의원들께서 당론으로 정했던 이 사안에 대해서 어긋남이 없이 단일대오에 함께해주셨다"라고 자평했다. "고 채상병 사건을 공수처와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 결과를 내주시기를 기대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당초 공개적으로 찬성 표결을 언급한 의원들 중 입장을 바꾼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물음표가 나오자, 추 원내대표는 "비밀투표로 진행된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투표 행위 그 결과에 관해서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말을 아꼈다.
본회의 직전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에게 찬성 대신 무효표를 당부했는지 기자들이 물었다. 그는 "그런 구체적인 투표 행위에 관해서, 그 방법과 행태에 관해서까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라며 "우리 의원들께서 그렇게 수준이 낮은 분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진행할 때는 왜 이 특검법이 부당한지 등에 관해서 설명이 있었고 또 거기에 대해서 여러 의원들께서 견해를, 입장을 말씀해 주셨다"라며 "그래서 총의를 모아서 당론으로 결정하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라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특검법 재발의를 예고한 데 대해서는 "그건 22대에 가서 한번 보시라"라는 정도로만 이야기했다.
야당에서도 이탈 표 나왔나?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던 여당 의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저는 제 소신대로 그리고 또 지금까지 여러 번 의견을 밝힌 대로 투표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탈 표가 많지 않은 데 대해 "그건 아마도 의원들마다 각자가 헌법기관으로서 여러 가지 판단을 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을 아꼈다. 대신 "지금 현재 공수처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니까, 아마도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그러면 이제 거기에 대해서 국민들도 함께 판단하시겠다"라고 덧붙였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또한 본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진상규명보다는 정쟁을 목적으로 특검을 주장한다는 민주당의 의도에 우리가 더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받는 게 좋겠다"라며 "우리가 선제적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게 좋겠다. 그런 방향으로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근태 의원 역시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찬성 표를 던졌다"라며 "다른 분들이 마음을 바꿨다고 해도 야권에서 이탈 표가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잘 되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추측이었다. 그는 "애초에 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는데, 나는 어쨌든 소신대로 표결했다"라며 "이제는 22대로 넘어간 거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거부권이 거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왔다면 윤 정권은 바로 레임덕 사태가 초래됐을 것이고 정국은 대혼란이 왔을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윤 정권을 지켜준 우리 당 21대 국회의원 여러분들께 감사 드린다"라고 적었다.
그는 "정권이야 어찌되던 말던 자신의 이미지 정치에만 몰두해온 일부 의원은 반성 하시고, 퇴출 되면서까지 몽니부린 배신자들은 이제 이 당으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행이다"라며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라고 도 덧붙였다.
허은아 "국민의힘, 더 이상 보수도 무엇도 아니다"
홍준표 시장이 '몽니부린 배신자들'이라고 멸칭한 개혁신당은 이번 표결 결과를 두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렇게 갈취당하고, 얻어 맞으면서도 엄석대의 질서 속에서 살겠다고 선언한 학생들"이라고 꼬집었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다시 빗대어 윤석열 대통령을 '엄석대', 국민의힘을 그의 폭력에 굴복하는 학생들로 표현한 것이다.
허은아 개혁신당 당 대표는 국회의사당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저희 정치가 조금만 더 인간의 얼굴을 가졌으면, 조금만 더 상식에 가까웠으면, 조금만 더 청년들과 부모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너무나 죄송하다"라며 "스무 살 청년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는데 거부권까지 행사하며 끝끝내 특검을 피하려고 애쓰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자칭 보수정당이라면서, 나라를 지키려고 해병대에 갔다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병사의 죽음 앞에, 비굴하게 침묵하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보수도 무엇도 아니다"라며 "오늘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 표를 던진 의원들, 역사의 법정이 여러분을 심판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 "사실은 상상하지 못했던 숫자다.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고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양심 있는 의원들의 찬성 표를 기대했었는데 저희의 기대가 너무 컸던 기대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한 "여전히 끝끝내 용기를 내지 못하는 그 모습에 참 실망스럽다"라며 "국민들께서 회초리를 드실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국민들께서 분명히 오늘 이 시간 이후부터 화답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이 회초리와 몽둥이를 어떻게 맞아가실지 저는 그게 궁금하다"라고 덧붙였다.